250714 폭우 후 맑음
지난밤엔 폭우가 내렸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뒷북 장맛비에 룽지를 데리고 베란다로 나갔다. 재난 경고 문자가 분 단위로 울렸다. 미사일 공습처럼 쏟아붓는 빗줄기가 시원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가을이 온 거 같았다. 커튼을 살랑이는 바람에 로코 영화 여주처럼 새침한 표정을 짓었다. 냥이들의 텐션도 정상수치를 회복했다. 사냥도 하고 나 잡아봐라도 하고 공놀이도 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는지 주방까지 따라와 집사 몸뚱이를 사다리 삼아 올라왔다. 못 이기는 척 룽지를 안아 올렸다. 으짜짜짜. 우리 사이의 인력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여기저기 얼룩이 보였다. 뒷 산 멧돼지가 내려왔다고 해도 믿을 법한 형상이었다. 지난밤 반려인이 돌아오면서 찍어놓은 것들이었다. 무단 친입의 증거 인멸을 돕듯 폭풍의 걸레질을 했다. 아침 먹은 거 설거지도 해놓고 거실이며 방이며 구석구석 돌돌이 순회도 마쳤다. 그렇게 한바탕 부지런을 떨고 거울을 보니 눈에 익은 록커가 서 있었다. 분명 빗었는데… 형사 사건을 의심을 피할길이 없었다. 수납장에서 빗을 꺼내 몇 안 되는 머리카락을 쓸어 모았다. 번뇌의 지푸라기 같은 실타래를 움켜쥐고 정성껏 똬리도 틀어 올렸다. 이마와 목덜미에 불어오는 휴식 같은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섭섭함과 시원함이 뒤엉킨 바람이었다.
냥이들의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바닥에 나뒹구는 꼴을 보니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가 따로 없었다. 성적표는 어디다 숨겼나고 물어봐도 대꾸가 없고 탐구생활이랑 일기는 밀리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도 실눈을 치켜뜨고 노려볼 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심 가득 부비 부비를 마치고 식탁으로 돌아와 녹차를 내려 마셨다. 일상의 변주 코드를 제대로 집고 연주하는 기분들. 스스로 뿌려놓은 행복 압정을 빠짐없이 밟은 것처럼 혼자 껄껄 거렸다.
오늘로써 브런치북 < 별일 없는 작은 하루_2 >를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무탈했던 최집사의 일상을 함께 해 주시고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며칠 휴재기를 가진 후 새로운 브런치북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소란스러운 여름이지만 틈틈이 마법 같은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뜨거운 계절 눈부시게 만끽하다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동안 만든 릴스 영상들, 보너스로 투척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LvWmXxT5TR/?igsh=MXV6cHV4ZXpjbnd5eg==
https://www.instagram.com/reel/DL-0ExVz_og/?igsh=MXRrMjhoOXozaTUzaA==
https://www.instagram.com/reel/DMBen-oz-0F/?igsh=MXA3dnVkbnBpdHpp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