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10 쩍쩍 가뭄
기록적인 폭염에 여기저기 구급차가 보인다. 열대야에 가뭄에 대기질도 좋지 않은 총체적 난국, 기후 위기가 도래했음을 실감하는 중이다. 비가 오지 않아 농사에도 비상이 걸리고 가축들도 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저수지는 말라붙고 녹조 가득 강물에는 슈렉이 나올 것만 같다. 동해 앞바다에선 참치 때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117년 만의 전쟁 같은 폭염에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을 사리는 것뿐. 문을 걸어 잠그고 에어컨을 켜고 우아하게 아아를 마시며 이 모든 재앙을 외면하고 살아간다. 그렇게 고갈되는 미래를 붙잡고 인류의 명을 재촉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비가 오지 않고 물을 가둬두니 녹조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그 뻔한 수순을 해마다 착실하게 복습하는 건 인간이 멍청해서가 아니다. 태양열 물레방아라도 만들어 인위적으로라도 순환시키면 어떨까...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던 생물들은 곡소리 한번 내지 않고 서서히 소멸해 가고 있다. 그 모습을 불구경하듯 지켜보며 남의 일이라고 착각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미련인지 궁상인지 여태껏 에어컨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게 7월 하고도 열 번째 날을 맞으며 오늘에서야 비로소 덥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기운이 좀 빠질 뿐이고 땀이 좀 흐를 뿐이다. 며칠 겪고 나니 그 잔인하던 더위도 적응되고 소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꿀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아침 일찍 일을 몰아서 해놓고 정오가 지나면 냥이들을 따라 설렁설렁 늘어져 지낸다. 시원한 레몬차를 타 마시고 얼린 수건을 목에 두르고 베란다에 물을 뿌리고 선풍기와 한 몸이 되기도 한다. 여름에 땀을 좀 흘려야 겨울에 감기가 안 걸린다는 신앙을 여태껏 믿고 있다. 그러니 꺾이지 않는 마음은 소중하다.
신박하고 편리한 도구일수록 없을 때 몰랐던 감정들을 학습시킨다. 한번 맛보고 나면 둘도 없는 소울 메이트이자 족쇄가 되어버린다. 필요와 불편을 동시에 가르친다. 내겐 에어컨 바람이 그렇다. 켜두면 춥고 끄면 더 더운… 창문도 못 열고, 건조한 바람에 피부가 가렵고, 자칫하면 전기세 폭탄도 맞는다. 그러니 정말 필요할 때까지 유보하는 중이다. 남들이 다 켤 때 말고 내가 그 모든 불편이 편리의 일부로 느껴질 만큼 더위를 참을 수 없을 때 그때 켜면 된다. 창 밖에서 땡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나무들도 이웃이고, 실외기칸에 세 들어 사는 둘기들도 이웃이다. 여름답지 않은 여름이 지나면 겨울 다운 겨울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더위와 좀 더 친해져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