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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Jan 07. 2023

최저시급 4860원으로 6개월에 천만 원 모으기

이게 된다고? 되더라고요...?

일본으로 대학을 가야겠다!


라고 굳게 다짐한 나는 나름대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내가 세운 목표는 이와 같았다.


1.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한다.
2. 워킹 가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천만 원을 모은다.
3. 3개월 간 어학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찾는다.
4. 1년 간은 일본에서 엔화 벌이에 집중한다.
5. 모은 돈으로 입시 공부에 집중한다.


당시 시급은 4860원이었고 내 나이는 21살이었다. 가지고 있는 건 핑크빛 미래와 패기뿐이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눈 꼭 감고 6개월 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천만 원 모으자고.


그때는 몰랐다. 조금만 더 찾아보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힘들게 몸을 쓰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고...



10년동안 시급이 2배 이상 상승했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시급 4860원으로 6개월간 천만 원 모으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단편적이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판단한 후 행동으로 옮겼던 그 시절의 나.


단순하게 일본어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에 명동에 있는 카페의 오전 아르바이트에 지원하였으나, 관광객들은 대부분 오후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6개월간 오전 내내 직장인들만 상대하였다.


명동 카페까지 출근하는데 40분 정도 소요되었기 때문에, 매일 오전 6시 45분에는 집을 나섰고 카페 아르바이트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2개의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매일 했었기 때문에 12시 가까이가 돼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15시간 동안 일을 하였더니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모을 수 있었고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나는 21살이라는 나이에 천만 원이라는 돈을 만질 수가 있었다.



당시 6개월 간의 스케줄
・6시 20분 - 기상
・6시 45분 - 집에서 출발
・7시 25분 - 명동 카페 도착
・14시 30분 - 명동 카페 끝
・15시 - cu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작
・23시 - 편의점 아르바이트 끝
・11시 50분 - 집 도착



막상 진짜 천만 원이라는 숫자가 통장에 찍히자 기쁠 줄 알았는데 허탈했다. 20년간 엄마에게 "우리 집은 망해서 돈이 없다." "무슨 우리 집 형편에 유학은 유학이냐. 수능 망했으면 공무원 준비나 해라."라는 '가난하기 때문에 꿈을 좇는 건 이기적인 것.'이라는 심리적 지배를 당하고 살아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어서 유학 가겠다고 선언한 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있으면서도 말 못 할 죄책감이 가득했다. 이런 내가 정말 이기적인 걸까. 근데 내가 내 돈으로 가겠다는데도 그거 조차도 이기적인 걸까. 사실 가난한 탓은 내 탓이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참으로 무식한 방법이지만 맨땅에 헤딩한 그 결과, 고등학생이었던 2년 전만 해도 언제 만져볼 수 있을까 했던 천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내 안에서 "몸만 건강하면 어떻게든 먹고살 수는 있겠구나."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해내는 사람이구나." 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겨났고, 그 마인드는 지금까지 내가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나를 지지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루에 15시간을 일하며 6개월 간 모은 천만 원, 가치 있게 사용해야지. 라며 앞으로 일본에서의 밝은 미래만을 펼쳐질 것이라고 행복해하던 나에게 차가운 현실이 가까이에 도래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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