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온 지 오늘로 딱 2달. 완전한 이방인이 되는 것, 한국이 요구하는 정상성에서 신나게 벗어나는 것, 낯선 곳에서 더 선명해지는 나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롭다. 하지만 끝내 모국어 없이 기꺼이 살아가겠냐 물으면 답할 수 없다.
나는 한국어를 전공했다. 영어를 못하지만 언어를 잘한다. 또래가 보면 놀랄 정도로 영어 실력이 형편없지만 새 친구와 펍에서 네댓 시간 수다를 떨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농담하고 친구와 배아플 때까지 웃어도, 어쩐지 내 말은 완전히 내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본 것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모방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한국에 살 때,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하루에 몇 번을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있곤 했다. 어느 날 종이나 헌 옷을 줍는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5분 남짓 대화했다. 할머니는 내게 "걱정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살어"라고 했다. 한 문장이었지만 그건 주말 계획이나 취미 같은 스몰 토크가 아니라 인생에 관한 얘기였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는 한 사람이 살아온 몇십 년간의 이야기를 단숨에 해버리기도 한다.
여기와 내가 그 정도로 삶을 관통하는 두꺼운 이야기를 나눠본 적 있나? 상대가 내가 외국인이란 걸 감안하고 최대한 마음을 열고 간혹 번역기를 동원해 대화를 이어나가도, 그냥 담배 피우러 나갔다 마주친 할머니의 말처럼 나를 쓰러뜨리는 말은 없었다. 언어는 단순히 알아듣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시각각 삶의 밀도를 결정하는 일이다.
내가 여기서 한국에서와 같은 밀도의 삶을 손에 넣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그 '시간'이라 뭉뚱그려지는 개념 속에 얼마나 많은 고군분투가 포함될까.
어쨌거나 워킹홀리데이 비자 만료 기간은 1년. 벌써 2달이 지났다. 이제 내겐 10개월이 남았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