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나를 '아이슬란드에서 살아돌아온 자'라 부른다

고장난 핸드폰, 잠긴 호텔 문, 연락 두절, 근데 나 안 죽었어 얘들아!

by rummbl


그러니까 이 글은 하나뿐인 배터리 충전기를 물에 빠트려서, 무인 호텔 방문이 잠겨서, 핸드폰이 고장 나서, 매일이 고난과 모험의 연속이었던 아이슬란드 여행기의 프롤로그이자 에필로그다.


코로나 시즌이었고 하루 전에 PCR테스트 음성 결과를 받고 유럽에서 귀국한 나는, 공항에서 연행되듯 택시에 태워졌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었다.


택시 아저씨는 오늘 공항 손님을 3명이나 태웠다며 신이 났고 나는 택시비 때문에 눈물이 났다. 다음날 다시 의무적으로 PCR 테스트를 받았고 음성이 나왔으나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자가 격리 10일을 해야 했다.


MJ에게 카톡이 왔다. 자가격리 잘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5만 원짜리 배민 쿠폰 2장이 배달되었다.


To. 아이슬란들에서 살아 돌아온 자에게

From. 아이슬란드 헤이터


실제로 나는 그 여행을 통해 지인들과 3일 간 연락이 두절되어 당시 애인과 친한 친구 하나를 '아이슬란드 헤이터'로 만들었다. 둘은 앞으로 절대 아이슬란드 여행은 안 간다고 했다.


친구들은 이제 내가 힘들어 죽겠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 말하면 '아이슬란드에서 살아 돌아온 자'라고 부르며 놀려댄다. 그 친구들은 내가 아이슬란드에 가서 연락이 끊겼을 때 가장 먼저 알아챘으며 서로에게 내 안부를 물으며 통화가 안 된다고 애태우던 당사자들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살아 돌아온 자'라는 말은 죽고 싶다고! 힘들다고! 말하는 나를 입다물게 하는 주문이며, 친구들의 불안에 덮인 굳은살로 하는 농담이다.


나는 그중 하나에게 해질 무렵 아이슬란드 겨울 하늘과 꼭 닮은 색의 엽서를 여행 기념 선물로 주었다.


아이슬란드 호텔 창문과 양말을 바삭하게 익혀주는 라디에이터


정민에게.

가혹하지만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주어진 숙제를 했던 건 삶을 사랑해서였다고 언젠가 말할 수 있을까?

살아보고 규현에게 다 말해주자

언제나 내 모험을 응원해 줘서 고마워
행복하고도 슬픈 순간에 자주 함께 있자

비행기에서 길게 적었던 말을 짧게 줄여
-rummbl


삶에서 죽음을 가장 가까이 감각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농담은 쓸모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구독자가 되어 앞으로 이어질 나의 여행을 함께해 주길 바란다.


'잠긴 무인 호텔 방문 앞에서 조지 부시에게 기도했다'

(클릭하면 나의 아이슬란드 1일차에 곧장 착륙합니다)

'아이슬란드에서 핸드폰 없이 살기 3일ver.'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냐고요? 클릭 후.. 알아봅시다)

'오로라를 덮고 잠들었다'

(이 얘기를 몇년 째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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