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의 이사

이것도 살리는 일

by 구월애

인터넷에서 당근의 머리 부분을 잘라서 물을 주면 자란다고 한 적이 있고 나도 생각 없이 그렇게 길러본 적이 있어 다시 한번 시도를 해보았다.

역시 자랐고

씨를 뿌려 기르는 것보다 당근에서 당근이 자라게 돕는 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함을 배웠다.



머리 잎이 난 당근 머리를 흙에 심었다.

매일 물을 주는 일만 남았다.

부엌 창가에 선물 받은 작은 선인장들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감당이 안돼서

오늘은 드디어

아이들을 죄다 뒤집어엎었다.


나는 식물을 사랑하거나 애착이 강한 것은 아닌데

선물을 주니 받았고 그것이 죽지 않고 계속 자란다.

물을 주니까…

예전에 인스타로 어찌하는 걸 한두 번 본 적이 있다.

내가 손수 만들어 쓰는 비싼 도자기도 사용하기로 하고 저 하얀 그릇은 구멍이 없으니 밑에 자갈을 깔고 흙을 얹었다.

너무 긴 건 잘라내고


뿌리까지 잘 뽑아서 다시 흙을 고르고 뿌리는 버렸다.

다듬고, 작게 만들고, 긴 건 잘라서 다른 곳에 옮기고

다시 이쁘고 작게 심어주고 자갈도 넣어주고

물을 흠뻑 뿌려서 적시고

나머지들은 이곳에 애기부터 자른 것들을 심어주었다.

꽉 차면 다시 옮겨주고 해야겠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생존을 할지 장담은 못하지만 말이다.

이것들도 살아 있고 숨을 쉬고 살려고 뿌리까지 내리는 걸 보고 다시 다듬어 준 것이다.

인스타에서 본 것처럼 이렇게 하나씩 심어주었다.

자라난다면 너의 생명력

못 자라면 네가 능력이 없는 것이리라.


물을 주는 것은 내일이고.

요즘 노견이 아파서 돌보고 돈 쓰느라고 지치는데

이아이들도 내게도 정성을 보이라고 아우성이라

다듬어 주었지만 잘 살아남을까?


생명이 고귀하게도 하지만

생명이 무섭기도 하다.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라…

나는 두 마리의 노견과 많은 반려식물들과 공생하는 1인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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