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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사랑 전에

나를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by 구월애


Feat: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오늘 외출 전에

집에서 영화 한 편을 봤다.

“패스트 라이브즈”

20대에 한국을 떠나 유학길에 오른 나에겐

우연히 나름의 답을 던져 준 영화였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나영이와 해성이가 헤어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영의 엄마는 이민을 가기 전에 나영이가 좋아하는 해성이를 마지막으로 만나서 놀게 해 준다.

해성의 엄마가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왜 이민을 가냐는 질문에 나영의 엄마는

“버리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으니까요…”

라는 대답을 한다.

나영이를 젛아하는 해성이와 마지막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나영이네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20대가 된 혜성은 나영을 인터넷으로 뒤지면서 연락처를 수소문한다.

나영은 미국으로 간 뒤 Nora 노라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 노라는 a Korean-Korean 에서 a Korean - American이 됐다는 느낌을 준다)

Nora라고 영어로 이름을 바꾼 나영의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남겼고, 결국 둘은 연결이 된다.

화상통화로 서로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감정을 키워갔지만 거리상 직접 만나보지는 못한다.

서로에게 언제쯤 서로를 만나러 오는지 물어보지만

둘 다 몇 년 뒤에나 상대에게 갈 수 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해성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야 했고, 나영은 자기가 사는 뉴욕으로 영어를 배우러 오라고 요청을 한다. 일과 관련해 중국으로 가야 한다는 해성의 말에 나영은 실망을 한다.

나영은 서로의 인생을 위해 휴지기를 가지자고 혜성에게 이야기를 한다.

나영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해성은 뭐가 미안하냐며 우리가 사귀기라도 했냐며 잘 가라는 말을 남기고 화상 통화를 끊는다.


해성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노라는 작가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아서라는 유대인 미국인을 만나 ‘인연’에 대해 providence or fate라고 설명하면서 가까워진다.


같은 도시, 같은 시간, 같은 테이블에 있는 것도 인연인 거라면서 8천 겁의 인연을 맺고, Nora Moon이라는 이름을 쓰는 나영은 같은 계열의 일을 하는 (글을 쓰는 작가) 유대계 미국인과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12년 후.


해성은 서울에서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12살의 첫사랑이 사는 뉴욕으로 휴가를 갔다.

해성은 나영이 결혼한 것을 알고 있었다.


성인이 된 그 둘은 뉴욕의 공원에서 처음 조우 한다.

마지막으로 화상으로 대화한 후,

그들은 12년 만에 결국 만나게 된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되는 걸까…)

서양문화에 익숙한 그녀는 그를 반갑게 포옹했지만 그는 그녀의 포옹인사가 얼떨떨하기만 했다.


수줍음도 잠시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시작하는 그들

그들은 지하철을 타고 어느 조용한 공원길을 걸으며

해성은 외아들인 본인이 너무 평범해서 결혼을 하기 힘들어 지금은 여자와 잠깐 냉전 중이라고 말을 하게 된다. 나영은 한국의 평범한 남자가 왜 결혼을 하기 힘든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영도 남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친정집에 가면 화투를 잘 치고, 육개장을 잘 먹고 남편 아서와 데이트할 땐 서로 맞추어 가느라 많이도 싸웠다고.


나영은 해성에게 자기를 12년 전에 왜 찾았냐고 묻게 된다.

해성은 한번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나영이 해성의 인생에서 확 사라졌는데 군대에서 나영이 생각이 나서 그녀를 열심히 찾았다고 고백을 한다. 나영은 해성의 12살의 첫사랑이었으니까.

.

집으로 돌아온 노라는 남편에게

남편이 예상한 대로 해성이 자기를 만나러 뉴욕에 온 거라고 말한다.

노라는 해성을 만난 느낌을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He is not a Korean- american

해성은 미국에서 노라가 만나는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고

He is a Korean-Korean.

그냥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하는 말이 내 가슴에도 들어왔다.

내가 전에 만난 남자도 코리안-코리안이었으니까

난 어쩌면 나와 비슷한 남자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이제 코리안-코리안도 아니고, 코리안-오스트레일리안도 아닌 애매한 1세대이다)

(나는 그냥 나일뿐이다)

나영과 그녀의 남편은 진솔한 대화를 한다. 자기와 이렇게 작은 단칸방 아파트에서 자기와 결혼해 이렇게 평범하게 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목적이었는지…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한지 아서는 묻는다. 나영은 아서를 사랑하고 지금의 결혼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평범해서 결혼을 못하는 해성과는 달리 나영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노라가 되어 그 작은 아파트에서 아서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해성은 자기가 만난 여자는 더 행복해야 한다며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아서는 나는 당신을 만나 내 삶을 더 크게 만들어 주는데 나영도 그런지 물어보는 장면에서 해성은 너무 한국스럽고 아서는 너무 미국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영은 해성을 또 만났다.

해성은 나영과 자유의 여신상을 보면서 페리를 탔고 뉴욕을 구경하고, 나영은 결혼사진을 보여주었다.

(자기는 결혼을 한 여자라고 알리고 싶었던 걸까…)

해성은 나영의 남편을 만나러 그들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왜? 그가 누구인지 확인을 하러? 감독과 작가는 이런 설정을 왜 한 걸까… 너무 억지스러웠지만

난 영화를 계속 봤다)

(이게 서양사회에서 보통의 만남은 아니다)

(전 세계의 어느 남편도 이런 관계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

아서는 한국말로 해성에게 인사를 하고 해성은 서툰 영어로 아서에게 인사를 건넨다.

저녁으로 파스타를 좋아한다는 해성을 위해 셋은 외출을 했다.

해성은 그녀와의 대화에서 아써가 정말 나영을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들은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해성은 지금 현생은 아서와의 결혼생활이 나영과의 인연님을 깨닫게 된다.

( 아서는 이해심이 많은 남자일까…)

두 남자조차도 우리는 인연이라 이렇게 만나게 된 게 아닐까 하면서 잠시 대화를 나눈다.

해성은 나영과 아서의 집을 떠나면서 아서에게 한국에 한번 오라고 초대를 한다

(나 같으면 가지 않을 듯하다)

인연…

이라면 다음 생에 보자며 해성은 우버를 타고 떠난다.

해성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노라는 남편에게 안 겨운다.(그녀는 왜 울었을까…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의 삶, 12살의 사랑이 자기를 만나러 오고 그녀를 다시 놔두고 떠난 12살의 사랑이 아쉬워서였을까…)


그녀가 왜 울었는지 나는 정말 궁금했다.

인연…

전생…

8천의 겁…

이영화가 잔잔히 말하고자 하는 단어들



결국 12살에 사랑했던 첫사랑의 감정을 가졌던 해성은 뉴욕까지 찾아와 그녀를 만났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까지도… 만나고 만다.

같은 시대, 같은 장소, 같은 공간에 살았어도

그들은 이어지지 못하는 인연이었고

나영은 미국으로 이민 와서 아서라는 유대교 미국인인을 8천의 겁의 인연을 맺고 산다.


나영과 12살에 인연이었단 해성을 어른이 돼서야 다시 만나지만 현생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던 거다.


그래서 해성은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하고 떠난다.


5년 가까이 만난 전 남자 친구도

그전 전 남자 친구도

내가 만났던 모두가 나와의 인연이 닿은 만큼만 만났을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나 만나는 모두가 8천의 겁보다 더 쌓여 만나는 인연이라면

50대의 인연도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타국에 사는 그녀의 모습에서 내 모습도 거울처럼 찾을 수 있었다.


서울이거나

시드니이거나

어쩌면

다른 도시일 수 있을지 모르는 인연.


어디에 있던 나와 닮은 인생을 가진 사람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이왕이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 같은 테이블에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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