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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달콤한 밤

가방을 대충 싸놓고

by 구월애

feat: 영화 - 유열의 음악캠프

가방을 대충 싸놓고 나니,

어머니는 졸리다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일찍 자긴 뭐 하고 혼자 외출하기도 늦은 밤.


넷플을 켜고

한국영화 리스트를 보다가

유열의 음악캠프를 다시 시청하기 시작했다.

네 번째 보는 영화다.

일단 2000년 전후의 스토리 전개가 맘에 들고

유열의 음악캠프도 듣기 좋고

여자배우, 김고은을 내가 좋아하고

남자배우 정해인도 좋아하니까

이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예스러워서 듣기에 좋으니

틀고 차 한잔 가져다 놓고 시청을 했다.


이영화는 오래전에 내가 사랑에 대한 스토리를 글로 썼던 기억이 난다.


올해 두 번째 서울에 와 있던 동안에

조금은 기분이 다운이 됐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소개팅을 시켜달래서 소개팅도 했고

과거의 찌꺼기 감정도 정리했고

홀가분할 수도 있는데

뭔가 허하고 찜찜했다.

마치 생리 전 증후군이 쳐들어 온 것처럼 기분이 많이 우울한 며칠이었다.


나는 이럴 때 도망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영화 속이나 드라마속으로 깊게 도망을 치는 거다.

너무나 아름다운 색의 2000년대

그 시절의 사랑이

애틋하고 아름다워서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

양은 냄비, 수제비,

촌스런 색의 옷들

난 2000년대에 한국에 없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시간과 추억들을

영화 속에서 만나면 무지 애뜻하다.


내가 유학을 떠나지 않고 서울에 계속 살았다면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가끔 궁금하지만

걸어가지 않은 길 대신

영화를 보면서 상상해 본다.

물론, 영화의 스토리처럼은 아닐 거다.

난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니까…


사랑 이야기는 사랑이야기 대로

그리고 그 영화에 나오는 배경도 유심히 보면서

내가 없었던 때의 서울을 느껴본다.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세 번을 우연적으로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둘은 헤어지게 된다.

미수는 현우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었을 테고, 현우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미수가 우연히 현우의 과거 사건을 알아냈고 그들은 다투게 되면서 미수는 그를 떠난다.


틀어진 관계가 뛰어가 만난다고 이어질까…


남자와 여자의 믿음은 각도가 다름을 이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사랑이 믿음이 되는 순간

그리고 진심으로 이해하는 순간

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영화는 아름답게 끝나는데

둘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루시드폴의 ‘보이나요?‘라는 곡이

편안함을 줬다.

사랑은 보이는 걸까…

느끼는 걸까…

둘 다가 아닐까……


영화에 집중하다 보니 우울하고 다운된 기분이 달콤하게 변했다. 마치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온 것처럼.


화요일 아침이 기대된다.

내 집에, 내 방에 있을 그 편안한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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