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드니로 컴백홈
일요일에 같이 살던 하우스메이트들을 만나 창덕궁 후원엘 갔다.
오래된 나무를 안으면 에너지를 받는다는 말이 있고 난 그 말을 믿었다.
오래된 소니무며, 느티나무며 껴안고 왔다.
그것도 궁중 후원에 있는 역사 깊은 나무들을 말이다.
나무들을 안으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건 좋은데
기운 너무 세지는 건 아닐까?
혹 궁중의 500년 한이 맺힌 나무는 아닐까?
이런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일요일밤에
이웃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괴짜 인종차별주의자 할머니집의 나무가 우리 집 뒷마당으로 쓰러졌다고
재난 팀을 불렀는데 밤이나 돼야 올 거라고 쪽지를 남겨놓았다.
조용히 난리가 난 거다.
우리 집은 재난팀이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서울에 있었으니까…ㅠㅠ
다음날 친구가 내 집을 열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 보낸 거다.
엄청난 나무가 쓰러졌다.
돌아갈 날짜를 일주일이나 빠르게 변경해서
난 지금 비행기 안에 있다.
7시간이면 도착을 할 테고
9시간 이후엔 저 커다란 나무를 마주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재해가 내 집을 덮치다니
내 집 지분에 떨어진 게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사람이나 동물이 다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전깃줄이 있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안타까운 건
자연재해는 보험에 적용이 안 돼서
아무것도 커버가 안될 것이며
내 사랑하는 나무들이 다 쓰러져 꺾였을텐데도
바로 구제를 못해 생명을 잃어 가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내 집이 물에 잠기지 않고
망가지지 않은 걸로 위로를 삼고
집에 가서도 엄청 놀라지 않으리라 맘먹는다.
설마,
내가 한국에서 왕실의 오래된 500년도 훨씬 나무들을 안고 에너지를 얻고 왔다고 호주나무가 뿔이 나서 내 집을 공격한 건 아니겠지?
아닐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