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바꾸는 과정
추석엔 한국엘 가고 싶었다.
벌써 햇수로 3년째 못 가고 있어서 추석 즈음에는
가보고 싶어서 9월에 휴가를 냈는데
결국 난
노견을 두고 갈 수 없으니까…
그냥 여기에 남는 대신,
밥 먹는 공간,
40년 전에 합판으로 공간을 넓힌 이 작고 올드한 공간에서
그냥 오랜만에 그림이나 그려볼까 결정했다.
굳어가는 아크릴 물감을 써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뭔가 아름다운 색감들을 섞어서
또 뭔가를 그려냈다.
아니,
그렸다기보다는 따라 하기를 잘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많이 보고 맘에 드는 색감이 있는 그림들을 스크린 샷 해 둔다.
드라마도 보고, (디어 마이프랜부터 수많은 드라마를 봤다 ㅎㅎ)
밥도 먹어가면서,
커다란 식탁에 앉아서
일어나서 자정이 넘도록
남의 그림을 보면서 나의 눈과
나의 영혼의 행복을 채우고
따라 그리면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낸다.
아래 그림들이 내가 찍어 놓은 샷들이다.
대부분이 호주 작가들이라 좋다.
그림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나에게는
무엇보다 색감이다.
색감을 느끼는 게 첫 번째,
그리고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두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느낌과 직감.
2주 동안
15점도 넘게 그렸다.
나무로 이미 프레임이 짜인 액자들만 빼고는
모두 IKEA에서 구입한 액자에 넣어서 집에 있던 나의 초반기 그림들을 내리고 새 그림들을 걸었다.
초록의 색감
40x 50 cm 검장 바탕에 다양한 색들을 표현한 그림.
엄청 부족한 기술의 표현이지만,
난 좋다.
보라 계열
빨, 파, 하늘색이 섞인 그림
파란 연보라 계열.
메탈릭 칼라로 그린 그림.
메탈릭 칼라에 잘 맞는 은색 액자를 골라 행복했다.
나무 프레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색감들
바탕은 무지개 색.
얘는 좀 비워 보인다.
(난 왜 자전거 타는 것처럼 보이지?)
사실 이 그림은 도자기를 만드는 친구의 생일 선물로 그린 건데
도자기 프로한테 나의 그림을 선물을 주기엔 너무 미약했다. ㅎㅎㅎ
꽃의 감각.
색의 감각.
자꾸 눈에 들어오고 맘에 든다.
이번 휴가 초반기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
보라색과 밝은 색감의 부분이 노을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초보 티가 팍팍 나지만
뭐 나쁘지는 않다.
그림의 기본을 잘 모르는 나지만
그냥 직감을 가지고
따라 하기도 하고
그림 유튜버들을 보면서,
인스타 안의 작가들을 보면서,
천천히 배우고 따라서 그렸다.
나는 여전히 초보이고 따라쟁이다.
내가 존경하는 루이스 헤이는 70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셨다.
난 좀 더 일찍, 65세엔 배워봐야지
65세 전에는 그냥 힐링하는 마음으로 잠시 잠시!
얘들도 액자에 넣어 주었고
이아이는 금색을 칠해서
돈이 잘 들어올 수 있는 장소에 장착을 시켜줬다.
이 아이들은 대부가 필요하다.
이아이들도 대부를 붙여주어야 짝이 맞을 거 같아
40x50 cm로 작업을 하나 더 해낼 생각이다.
휴가가 끝나기 전에 말이다.
16번째, 해바라기 그릴 예정
17번째, 오늘 그리고 있는 중
18번째, 19번짼 이미 그려서 친구 선물로 포장했다.
이아이가 18번째
19번째는 바로 포장을 해서
사진이 없다. ㅎㅎ
새로 그림들을 바꾼 모습 때문에
거실이 새롭다.
10년을 넘게 산 내 집이 갑자기 사랑스러워졌다.
분위기를 바꾸어서 이기도 하지만,
떠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100년도 넘었고,
음식 환풍기도 없고,
너무 오래됐고,
낡았지만 깊이 감사한다.
나를 살게 해 주고 돈도 많이 안 들게 해 주어서
알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미스 데이지라고 지어준 내 집.
떠날 때까지 잘 부탁해 내 아름다운 집.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쉽기는 하다.
호주에서 살면서 가장 오래 산 집이니까.
그리고 첫 하우스이니까.
정든 이유가 많다.
(언제 떠날지는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버리면서 안녕할 것들이 너무너무 많다)
요즘 그림 그리느라 뭘 자꾸 산다.
이사 가기 전에 많이 줄이고 비우는 게 목적인데 말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ㅠㅠ)
다음 주엔 뭘 좀 버릴 거다.
이번 휴가는,
뭐랄까…
은퇴하고 살아가는 내 모습을 미리 연습했다고나 할까…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정말 은퇴하면 지금처럼 그냥이 아니라
제. 대.로. 그릴 거다.
루이스처럼.
17번째 그림 중간 과정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오늘 글은 끝.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외롭지 않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만족해서 좋다.
이 그림도 완성하면 올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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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한 그림.
수정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