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n who heals the city
김주완 기자가 만든 '어른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진주 시내에서 50년간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였던 김장하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연한 계기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한 좋은 인간이 얼마나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부산에 살면서, '이태석 신부'를 참으로 좋아한다. 그가 타지에서 펼쳤던 의술과 교육은 지금도 그 열매를 맺어오고 있다. 한 사람이 펼치는 그 뜻이 얼마나 향기로울 수 있는지는 그를 통해서 배웠었다. 그리고 올해 가을 이렇게 나에게 찾아온 인물인 '김장하'를 통해서 나는 또 그때의 감격을 다시 느껴본다.
*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등산을 좋아한다는 '김장하'씨는 '사부작 사부작 걸어가며, 꼼지락 꼼지락 거리면서 등산을 한다' 이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았다. 너무 빨리 휙휙 올라가는 것이 아닌 조금씩 그리고 꾸물대기도 하면서 올라간다는 뜻일까? 그의 생각을 완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가진 철학은 꾸준히 그리고 서두르지 않기 정도로 보였다.
그가 보여준 행보는 너무나 놀라웠다. 나이 40대에 진주의 사립 고등학교 이사장으로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건네주었고, 그뿐만 아니라 언론사, 시민단체, 극단 등 그의 손길이 닿은 곳은 많았다. 심지어 그 모든 그의 후원들은 드러내기 보다는 숨기기에 가까웠기에 이 영화의 제작자인 김주완 기자는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 줬으면 그만이지
그가 삶을 살아오면서 행하였던 많은 후원들은 그의 뜻에 의해 펼쳐졌다.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학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고, 수많은 단체들의 운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는 기득권에는 굴복하지 않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조건 없는 지지를 보였다.
*진주라는 도시에 대하여
경상남도 진주시에 살면서 일하였던 김장하라는 인물은 후대에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그는 남명 조식 선생, 논개와 같은 진주 출신의 위대한 인물들과 견줄 수 있다. 살아있는 분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워야 하나, 그가 보여주었던 행동은 이미 지금까지의 것들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옛부터 학문과 정절의 고장인 진주에서 그가 평생동안 보여준 모습은 진주 시민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본받기를 바란다.
기회가 되면 그의 남성당 한약방을 지나가고 싶다. 2022년에 문을 닫은 그 장소를 들려, 그의 흔적을 느끼고 그의 뜻을 배워 또 펼쳐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