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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닿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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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NA PINK Sep 16. 2023

아이 귀해지는 사회

목욕탕이 좋다

스마트폰 없이 빈 몸뚱이만 들고 들어가는 그곳은.

웅웅 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와

찰방, 쏴아악 물소리와 뜨끈한 증기만이 가득하다.


목욕탕 밖에서 모든 정보와 생각을 욱여넣기에 바빴다면,

이곳에서는 그 수많은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하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다.

뜨거운 탕 안에서, 사우나에서,

슥슥 때수건이 내 몸을 스쳐가는 순간까지.

가져갈 것. 남길 것 들을 정리하다 보면 머릿속 생각들도 묵은 때 벗겨낸 내 몸처럼 깨끗해진다.  

쭉정이 고르듯 골라낸 생각들이 차분히 줄 세워지고 정돈되는 느낌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목욕탕.

평균 나이 50대 중반.

그 속에 당당하게 입장하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의 등장에 무미건조하던 목욕탕이 생기가 돈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꼬마가 향하는 발걸음 걸음마다 형형색색 꽃밭으로 CG가 채워지는 듯하다.


약속이나 한 듯 한쪽으로 몰리는 시선.  

탕에 살짝 담가본 두 손을 화들짝 빼며  

' 앗 뜨거워~ ' 하자.

모두의 입가에 일순간 빙그레 웃음이 번진다.


아이 귀해지는 사회.

지하철에 마련된 핑크색 두 자리는 제 주인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마도 이대로 가다간 인간은 스스로 멸종을 자처한 지구상의 유일한 생물이 될지 모른다.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안락함과 손쉬운 편리함 속에서 더는 ' 마을 ' 이 필요 없어지게 된 순간부터 예견된 흐름이었는지 모른다.


인간이 채워내야 할 부분을 발전된 기계와 기술이 메워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에 서로 부대끼고 부둥켜안으며 나누는 온기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사라진 ' 온기 '를 얻기 위해 소비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더 허기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연이 돌고 돌아 한 사이클을 만들어 내듯,

아마 영리한 우리는 ' 종의 보존'을 위해 다시 회귀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인간의 그 깨달음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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