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나운서

아나운서 아카데미

by Sia

2학년 겨울 방학 때는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더 일찍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빨리 잡듯 남들보다 꿈을 위해 더 일찍 준비할수록 아나운서가 더 빨리 될 수 있어서다.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했다. 나는 내가 아나운서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이 뿌듯했다. 친구들은 진로를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했고, 우울해 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일 때 나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내 모습이 기뻤다.

내가 다니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20층짜리 건물이다. 13층에 위치한 아카데미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복도에는 무광실버테두리로 멋을 낸 액자가 일렬로 걸려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지적으로 생긴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모두들 이 아카데미 출신 아나운서들이다. 사람들은 성형 때문에 다들 비슷하게 생겨서 누가누군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건 멀리서 볼 때 얘기다.

사실 성형을 하지 않을 때가 흐릿하고 밋밋해서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눈이 커지고 코가 높아지더라도 사람들의 개성은 살아나는 편이다. 그리고 성형을 하지 않으면 웬만하면 못생기고 촌스럽게 느껴졌다. 진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성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은 성형한 연예인들을 두고 ‘자연미인’이라고 하는 게 웃겼다. 그저 자연스럽게 성형을 했을 뿐인데.

실제로 사람들은 개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사각턱이나 매부리코를 보면 시선의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종종 들어가 보는 뉴스 시청자게시판에도 아나운서의 외모 칭찬 글이나, 입은 옷이 어디 브랜드인지 등을 묻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어떤 날은 화장이 떴다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아나운서는 그런 속성을 가진 직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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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가장 열심히, 성실하게 하는 나, 최재연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현직 뉴스 카메라 감독의 특강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몇 달에 한 번씩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실제 카메라테스트 받듯 연습했다. 카메라 앞에서 뉴스 리포팅을 하는 것이다. 발음, 억양도 지적 받지만 사실 그 시간은 외모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이다. 카메라테스트를 통해 소위 ‘카메라빨’ 잘 받는 얼굴에 대해서 얘기하기 때문이다. 찍은 카메라를 크게 확대해 스크린에 두고 황금비율에 맞지 않는 곳에는 빨간색 줄이 그어졌다.

그들은 그 날도 어김없이 외모지적을 했다. 화면에서 눈이 덜 뜬 것처럼 보인다고 하면 눈매교정술을 잘하는 병원을 알아보고, 옆 광대뼈가 너무 나와 다소 촌스러워 보인다고 하면 안면윤곽을 잘하는 병원을 알아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앞 광대뼈는 나올수록 동안 얼굴, 옆 광대뼈는 나올수록 촌스럽기 때문에 옆 광대뼈는 잘라내고 앞 광대쪽은 지방이식으로 통통하게 만든다. 그래야 얼굴이 볼륨감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앞광대가 없으면 평면적인 얼굴이 된다. 눈은 홑꺼풀 일수록 눈동자를 가려 졸려 보이는 인상을 준다. 때문에 눈매교정과 쌍꺼풀 수술을 통해 또렷한 눈매를 만든다. 예전에는 이 쪽 말로 ‘눈 밑을 까는‘게 유행했다. 그러면 눈이 훨씬 크고 시원해보이고 특히 유행했던 ’개상‘ 얼굴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깐 눈‘도 많아져 지루한 얼굴이다. 그보다 눈 앞을 틔워 시원하고 외국인처럼 보이게 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 직업의 특성상 눈매가 너무 이국적이면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에 무난하게 큰 눈을 선호한다.

피디는 스크린에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얼굴을 띄운 후 빨간 색, 파란 색 선으로 지적했다. 성형외과에서 견적 내는 모습 또는 고기 부위별 등급을 나누는 도살장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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