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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Feb 11. 2021

원푸드 다이어트

당시 나는 다이어트에 관한 관심은 많았지만 관련 지식은 전무했다. 물론 칼로리 총량제에 따른 소식과 운동을 통한 정석 다이어트는 알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긴 기간이 필요했다. 난 급했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에 빨리 다가가고 싶었고 예뻐지고 싶었다.  남자에게 어필하는 건 둘째 문제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직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첫인상은 언제나 강조되었다. 짧은 순간으로 상대방의 인상을 평가하는 것이니 외모로 첫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컸다. 기업에서도 짧은 면접시간 동안 본인을 어필하는 건 외모라는 통계들을 볼 수 있었다. 


바나나 다이어트는 일정 기간동안 바나나만 먹는 것이었다. 난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 기호와 상관없이 바나나는 지방이 없으면서도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이라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바나나 다이어트는 일본의 한 방송인이 성공한 다이어트 법이다. 그 사람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책도 썼다.  저자는 아침에만 바나나 2개를 먹는 다이어트를 제안했지만 인터넷에는 획기적인 방식이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 세번으로 나누어 바나나 두개와 물만 삼일 간 먹는 것이다. 다만 원푸드 다이어트는 건강에 좋지 않으니 3일 이상 하지 말라는 경고도 덧붙여 쓰여 있었다. 하지만 3일만에 5kg이 빠진다면 6일이면 10kg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에 일주일을 계획했다. 이렇게 쉽게 뺄 수 있는 걸 왜 진작 하지 않았는지 후회하며 바나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첫 날과 둘째 날은 극도의 배고픔이 날 괴롭혔지만 시간마다 물과 바나나를 먹으며 그럭저럭 넘겼다. 삼일 째부터 어지럽기 시작했다. 왜 사흘을 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삼일이 지나자 정말 5kg 정도가 빠졌다. 하지만 어지러움을 더이상 견딜 수가 없어 중단했다. 그 다음날 3일간 참았던 떡볶이를 먹었다. 시작은 떡볶이였는데 먹다보니 자꾸 다른 음식이 생각났다. 버블티, 과자, 빵을 먹고 마지막은밤에 치킨을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자꾸만 내 코 끝을 맴도는 바나나향을 지우기 위해 계속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원푸드 다이어트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삼일 동안 참았는데 이정도는 괜찮겠지’가 문제였다. 5kg이 다시 찌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틈만 나면 음식을 바꿔가며 원푸드 다이어트를 했다. 분명 원푸드 다이어트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서점에는 원푸드 다이어트 관련 된 서적들이 즐비하다. 고구마, 토마토, 양배추, 포도, 계란 등 다양한 음식이 원푸드 다이어트의 재료로 채택되었다. 할 때마다 살이 빠지긴 했지만 빼고 찌우고를 반복하다보니 점점 빠지는 체중이 줄어들었다. 친구들로부터 핼쑥해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기준에 가려면 빼야할 지방이 너무 많았다.  


꽤 오랫동안 이 불규칙한 식습관이 유지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원푸드 다이어트는 정말 괴로웠다. 한동안 그 음식을 꼴도 보기 싫게 만들었다. 특히 바나나 다이어트의 경우는 바나나 껍질만 봐도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원푸드 다이어트를 하는 기간은 짧아지고 그 후에 폭식하는 기간은 점점 길어졌다. 그렇게 보낸 3개월의 시간은 정말 지옥이었다. 음식을 피하려고 하면 할 수록 음식에 대한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한 순간도 먹는 것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나는 너무 괴로웠다. 아직도 바나나는 나에게 악몽의 과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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