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사람들을 만날 수록 인도는 점점 실망스러운 나라가 되어갔다. 인도에서 만난 남자들은 특히 그랬다. 사실 여자들은 접할 기회가 잘 없었기 때문에 거의 나와 상대하는 사람들은 남자 인도인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내 물건을 탐내던지 나를 탐냈다. 내 스마트폰을 보고 자신의 2G폰 여섯개를 구해 줄테니 바꾸자는 사람, 운동화나 티셔츠를 자신이 팔고 있는 물건과 바꿔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그들은 나이키나 애플 같이 글로벌 브랜드를 좋아했다. 델리의 신시가지인 코넛플레이스에 갔을 때 같은 브랜드인데 한국보다 비싼거나 똑같은 걸 많이 봤다.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부터 리바이스, 맥 과 같은 준 명품 브랜드 들은 도저히 내가 상대하는 인도인들이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리바이스 청바지가 약 8만원이라고 하면 그건 인도에서 푸짐한 식사를 약 100 번 정도 할 수 있는 걸 의미했다. 인도의 어떤 릭샤꾼도 밥 100번을 포기하고 리바이스 청바지를 살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들이 정말 '영혼'을 추구한다면 함께 탐내기엔 무리가 있어보이는 '물질'에 대한 집착이 꽤 심했다. MP3 나 카메라, 휴대폰 같이 값이 꽤 나가는 전자제품은 조금만 방심해도 소매치기를 당했다.
나에게 수작을 거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외로운 상인들이었다.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그들에게 외국인 손님을 맞는 것은 유일한 낙이었다. 그들이 나를 탐내는 것도 두가지 이유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성 성이나 돈이었다. 그래서 질문도 두가지 유형이었다. "직업이 뭐야?", "남자 친구 있어?" 였다. 나는 남자 친구는 꼭 있다고 말했고 증거를 위해서 남자 연예인 사진을 다운로드 받아 두었다. 한국의 유명한 남자 연예인 사진이었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그 연예인보다 잘 생겼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한국 남자들은 뭔가 부족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미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니까 비난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남자친구'인 '연예인'을 사랑한다는 말에 따르는 그의 질문은 "어떤 점이 그렇게 사랑스럽니?"가 아니라 "피부 색깔 때문이니?"였다. 그들은 피부 색깔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 자신들의 피부색이 어두워서 여자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했고 자신도 피부 하얀 여자가 좋다고 했다.
그 트렌드는 광고에도 반영 되어 있었다. 인도의 광고 중에는 미백 기능성 화장품이 많았고 어디서나 화이트닝 제품이 인기였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피부색이 흴 수록 환영받았다. 노골적으로 "피부가 흰 색이라서"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이트닝 제품이 인기이고 서양에서 백인 우월주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흰색이 생물학적으로 미학적으로 더 우세한 색이라는 결론을 내고 싶진 않다. 오히려 내가 보기엔 삶의 만족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TV에서 보이는 백인들의 삶은 화려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렇듯 전세계적으로 미국 드라마는 엄청난 수요가 있다. 사람들은 백인의 화려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들의 피부색깔까지도 말이다.
반면 백인들이 자신들의 흰색 피부에 대한 자부심을 종종 드러내는 일이 그들의 삶이나 흰색 피부에 만족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인도 함피에서 영국인 린다를 만났다. 린다는 자신을 포함한 많은 백인들이 갈색 피부를 섹시하고 아름답게 느낀다고 했다. 나는 린다에게 그럼 피부 색깔이 까매지고 싶은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린다는 아름다워 보이긴 하지만 지금 자신의 피부 색깔에 만족한다고 했다. 검은 피부가 아름다워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백인이고 싶은 이유는 아마 미디어에 묘사 된 유색 인종들의 삶이 자신들의 삶보다 딱히 나아보이지 않아서인 것 같다.
기차에서 만난 한 인도인은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내 생각을 한층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 그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동양 포르노"를 언급했다. 자신은 순종적이고 아담하고 귀여운 일본 여자가 나오는 포르노를 가장 즐겨본다고 했다. 그리곤 실제로 일본 여자들이 그렇게 선정적이고 귀엽냐고 물었다.
- 난 한국인인데?
그는 한국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한국을 일본의 한 도시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았다.
-한국의 여자들이 일본에서 특히 ‘더그래'?
나는 그 불쾌한 인도인에게 쏘아주었다.
-그럼 모든 인도인 남자들은 다 너처럼 예의가 없니?
나중에 한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으로부터 들은 말은 놀라웠다. 한국에서 남자들의 99%은 포르노를 한 번 이상은보고, 오히려 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거라고 했다. 이건 남동생으로부터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충격은 그 뒷말이었다. 인도 남자들이 대부분 '일본 포르노'를 하나씩은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인도인들이 동양인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했다.
어쩐지 보수적인 인도에서 틈만나면 악수를 하려고 하고 포옹을 시도했다. 나는 인도가 사상적으로 많이 개방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그들의 '응큼한 스킨십'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인도인들이 악수를 하자고 하면 거부했다. 난 일명 야한 동영상의 배우도 아니고 나 하나라도 그들의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 동양인은 순종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