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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 중의 풍경 2

by 육당탕탕

언젠가 어린 시절, 막연하게 지금의 내 나이쯤 되면

당연히 어른이 되어있겠지 싶었다.

그 당시 나의 눈엔 30대 중반의 사람들은 충분히 어른스러워 보였고

그들처럼 덤덤하게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했다.

그때의 상상처럼 나는 지금 덤덤하고 어른스럽게 살아가고 있을까?


어른이란 무엇일까?

내면이 단단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게 어른일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끝내 이루는 것이 어른일까?

난 아직도 어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앞에 나열한 점들이 어른이 가져야 할 태도라면

난 어쩌면 끝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 듯하다.

난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무언가를 굳건하게 관철해 이루기보단

과정에서의 나의 최선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며

그에 따른 결과는 흐름에 맡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와중에 문득 든 생각은

어쩌면 어른은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어른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의견과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알고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흐르는 삶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만약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이 어른이라면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고 묵묵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 머릿속 마음속 공간에 조금의 여유는 남겨둘 줄 아는 그런 어른.


요즘 이래 저래 일상을 살아가며 나 자신을 반추하다 보면

생각보다 내려놓지 못한 모습들이 이따금씩 보인다.

내가 경계하고 원하지 않았던 모습들도 가끔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말한다.

동전 뒤집듯 한 번에 될 일이 아니라고

쌓이고 쌓이다 보면 조금씩 나타나는 것일 거라고.


전보다 다그치치 않고 조급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

조금은 쌓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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