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의 노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기분으로 매일 글을 쓰고 있었다.
오전에 쓴 글을 저녁에 올린다.
오전에 쓰지 못하면 늦은 밤 써서 새벽에 올린다.
매일 쓰고, 매일 업로드하지 않으면 뭔가 할 일을 하지 않은 기분이 되어버리고 만다.
덕분에 머릿속은 쉼 없이 돌아가고, 아이는 조금 자유로워졌다.
한 발자국 떨어져 보고 싶어졌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책을 골랐다.
사두고 읽지 않던 책들 중 한 권을 빼들었다.
언젠가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벼르던 책이었다.
첫 장을 읽고 나는 생각했다.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휘리릭 넘기며 읽을 수 있는 가독성 좋은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은 읽어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 줄 한 줄 음미하듯 읽어나갔다.
마치 길고 긴 시를 읽고 있는 기분이었다.
먼 옛날, 전장을 누비던 용맹하고 지혜로운 장수가 지친 몸을 뉘이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또 생각했다.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