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단톡방이 시끌시끌했다.
휴교한 거 맞아요?
다른 반은 연락 왔대요.
우리 반은 아직인데...
하이클래스로 왔어요.
이 알리미 확인해 봐요.
졸려서 이불 안을 뒹굴던 아이가 이제 막 아침을 먹기 시작한 때였다.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조금 늦게 우리 반 하이클래스에도 휴교공지가 올라왔다.
아...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말고 좀 더 재울걸.
그러게요.
일찍 나간 애들은 연락도 못 받고 헛걸음했겠네요.
엄마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어찌 됐든 오늘 하루 다들 잘 보내라고, 훈훈한 마무리로 단톡방은 다시 고요해졌다.
거실 베란다로 나갔다.
밖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떠올랐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소설의 포문을 여는 이 첫 문장만이 기억에 남은 소설이다.
끝내 삼분의 일을 넘기지 못하고 덮은 책이었다.
그럼에도 눈 덮인 아침 풍경을 보자마자 설국이 떠오른 건, 왜일까.
아침밥을 다 먹은 아이가 다가왔다.
밖을 내다본 아이가 말했다.
겨울 왕국 같아요!
나는 설국을, 아이는 겨울왕국을 떠올리게 한 눈 덮인 아침 풍경.
우리는 눈이 쌓인 거리와 질퍽거리는 거리를 번갈아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녔다.
아직 잎이 지지 않은 나무들이 눈의 무게에 짓눌려 부러지고 늘어져 있었다.
문득, 이번엔 왠지 설국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그 책이 어디에 있더라...
책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 내린 길을 휘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