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총회
초등학교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학년이 된 우리 집 꼬맹이.
내 눈엔 아직도 아기 같은데, 자기 보다 한 두 살 어린애들을 보고는 세대차이가 느껴진다는 둥, 한 참 어린애들이라는 둥 참 재밌게 말한다.
엄마인 나와는 다른 성격과 다른 취향을 가진 아이가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간 건 작년 겨울.
엄동설한의 12월 아침.
교문 앞에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했다.
그때 함께 선거운동을 도와준 친구들은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어찌어찌 부회장에 당선이 되고, 나는 졸지에 학부모회 임원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강당에서 앞에 나가 위촉장을 받고, 소감발표를 했다.
학창 시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아이 덕분에 한다.
강당에서의 총회가 끝나고, 각 학급에서 담임선생님과의 총회가 또 이어졌다.
아이의 자리에 앉아 서랍 안도 들여다 보고 교실 뒤에 붙은 아이들의 글도 읽어보았다.
햇빛이 잘 드는 교실은 따뜻했다.
그다음은 창의융합교실이라는 곳으로 가서 학급대표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이제 다 끝났나 싶었지만, 아니다.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아침 9시 40분 참관수업부터 시작된 학교에서의 일정은 오후 4시 30분쯤이 되어서야 모두 끝이 났다.
나는 어제 하루 종일, 아주 조신하고 참하게 앉아있었다.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꾸벅꾸벅 인사했다.
달리 할 말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니까.
교문을 나서자마자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집으로 가는 길.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몸이 노곤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왜 선생님들은 어렵기만 할까.
같은 학부모 입장인데, 다른 엄마들을 만나면 왜 이렇게 긴장이 될까.
거실 테이블, 노트북 앞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업로드할 글을 읽어본다.
매번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써 내려가는 글이지만, 편하다.
학교보다, 선생님보다, 엄마들보다 편하다.
나는 글 속으로 도망친다.
이제 결말 앞에 성큼 다가선 글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