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행

배고플 틈이 없는

by 차분한 초록색

여름방학을 맞아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전주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출발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밥부터 먹었다.

토방이라는 청국장전문점이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어서, 조금 기다렸다.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라고 물어서 당황했다.

청국장집이라고 해서 평소 동네에서 가던 청국장집을 생각했던 나는

메뉴판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뭘 시켜야 하지?

분주한 식당 분위기와 급해 보이는 아주머니의 얼굴에 오래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그냥 맨 위에 있는 보쌈 정식 세 개를 주문하고 말았다.

주문 후에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불고기정식을 먹고 있었다.

그때부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이 먹고 있는 제육을 먹어보지 못하고 가게 되는 건가.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하지만.

두둥!!

보쌈 정식에는 수육과 함께 제육볶음도 나왔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맛있게 먹기 시작.

그런데 양이 너무 많다.

맛이 없어서 남긴 거라고 오해하면 어떡하지?

되도록 덜 남기려고 계속 먹었지만, 포기.

대신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고 하고 나왔다.


밥을 먹었으니 이제 커피를 한 잔 마셔야지.

토방 근처에 있는 카페로 차를 몰았다.

인테리어가 예쁜 널찍한 2층짜리 카페 양화소록.

잠시 땀을 식히고 전주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한 시간이면 둘러보지 뭐.

박물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멋모르고 한 말이었다.

우리는 결국 두 시간 가까이 박물관에 머물렀다.

여기, 너무 좋은데!

무료로 이런 걸 다 볼 수 있다니.

그 지역의 박물관은 꼭 가보는 걸로 하자고 새삼 다짐하며 드디어 호텔로 갔다.

자자, 여유가 없어.

박물관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썼어.

빨리 나가자.

객실에 트렁크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창밖으로 보이는 전동성당을 향해.


전동성당과 경기전을 보고 거리를 배회한다.

길거리야가 보인다.

저기, 전주 살던 언니가 추천해 준 데야.

먹어보자.


사이다 샌드위치 세트를 사서 선 채로 셋이서 나눠먹었다.


맛있네.

맛있다.

순식간에 해치운 다음,

이제 저녁 먹어야지.

어? 바로 앞에 베테랑 칼국수가 보인다.

여기도 유명하대.

그럼 가보자.


칼국수 세 개만 시키자. 만두는 도저히 안 들어갈 거 같아.

하지만 아이는 만두도 먹어보고 싶은 눈치다.

좋아, 다 시켜.

칼국수가 양이 뭐 얼마나 되겠어.


나의 오산이었다.


전주는 인심이 좋은 곳인가 보다.

음식의 양이 정말 많다.

1.5인분 같은 1인분이다.


진짜 맛있는데...

더는 못 먹겠어요.


최소 1킬로그램씩은 찐 거 같은 몸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헌책방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한가네 서점은 이미 문을 닫은 뒤여서, 그 옆의 홍지서림 서점을 갔다.

(최명희 문학관은 보수 중이었다)

책을 구경하고, 골목골목 가게들을 구경하고 그렇게 전주에서의 첫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