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가 읽고 싶어 져서 책장을 뒤졌다.
2000년대 초반, 그녀의 책들을 좋아했었다.
좋아하면서도 싫어했다.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좋았지만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장 맨 아랫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끄집어냈다.
남자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각각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 시점에서 써 내려간 같은 제목의 두 권의 소설책.
먼저 여자주인공의 시점으로 쓴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을 읽었다.
22년 전의 나는 주인공인 아오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22년 후 지금의 나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아오이! 그 남자, 다시 만나지 마...
...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거.
모르겠다.
나는 아오이처럼 강한 여자가 아니어서 그런 건지.
쥰세이처럼 어린애 같은 남자는 그다지.
(나만 그를 이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네 눈은 화가의 눈이야.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 사이>중 페이지 130
쥰세이의 할아버지가 방황하는 손자에게 해 준 한 마디.
"네 눈은 화가의 눈이야."
화가의 눈을 가진 남자라...
흐음...
나는
논리적이고,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하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에쿠니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중 페이지 13)
온화하고 명석한 말투의 (페이지 26)
디지털 음이 아닌 레코드 음을 좋아하는 (페이지 30)
절대로 마음 상한 표정을 짓지 않는(페이지 33)
마빈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