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복귀

by 차분한 초록색

첫째 언니는 노래교실에서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을 상대로 노래를 가르친다.

둘째 언니는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친다.

셋째 언니는 회사원이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겠다고 끌쩍거리는 사람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엄마의 초재가 끝나고 우리 집에 온 셋째 언니가 말했다.

"어제 큰언니가 전화 와서 뭐 하냐고 묻더라."

"......"

"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었는데. 큰언니가 그러더라. 자기는 오늘 노래하고 왔다고."


26일까지 휴가인 셋째 언니와는 다르게 큰언니는 노래교실에 나가서 수업을 한 모양이었다.

하긴, 둘째 언니도 학교 수업 때문에 엄마의 초재에 오지 못했다.

다들 어쩔 수 없이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을 큰언니와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들 앞에 섰을 작은언니.

셋째 언니와 나는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어젯밤.

모두가 잠든 후, 오랜만에 나는 노트북을 켰다.

엄마를 핑계로, 슬픔을 핑계로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것 역시 핑계다.

나는 그저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는 동안... 적어도 그동안은 생각나지 않겠지. 우울한 마음 같은 거 떠오르지 않겠지.

그러니 나도 글을 써야지.


슬며시 일상으로 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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