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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

이제 곧 개학

by 차분한 초록색

방학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학이다.

아이는 이번 겨울 방학이 어땠을까.

매일매일 학원 숙제에 치여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지도 못했다.

자주 산책을 하고, 함께 도서관이며 서점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로 했지만,

방학계획이라는 게 늘 그렇듯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엄마인 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더 즐겁게 더 많이 놀지 못해서 아쉽고, 실컷 책을 읽지 못해 아쉽다.

뭔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린 것만 같은 겨울 방학이지만,

가만히 되돌아보면 우리는 꽤 많은 것을 하기도 했다.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장에서 파는 음식들을 사다가 TV를 보면서 먹기도 했다.

이런 지극히 사소한 일들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즐거워했는가!

아이는 어마어마한 학원 숙제를 해나가면서 어느 순간 쑥 성장해 있었고,

나는 원형탈모가 생겨 매주 병원을 다녔다.

꽁꽁 얼어붙은 강물 아래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물고기 같은 기분이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지만 우리는 분명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기나긴 겨울을 나는 매주 병원에 가고, 아이는 매일 학원 숙제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즐거움을 찾고, 추억을 만들었다.

아이가 말한다. "백점 만점의 방학이었어요!"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아이가 고맙다.


우리는 이제 얼음이 녹아가는 물결치는 강물 위로 뛰어오른다.

봄이다. 봄이 성큼성큼 오고 있다.

겨울의 소박한 즐거움들을 잘 넣어두고 이제 봄을 맞이하러 나가보자.





<커버 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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