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왜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수영 실력을 점검해보고 싶어서 인스타그램 DM을 보냈다. 평소 수영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던 인친이었다.
“한번 같이 수영할래요?” 수영 기록을 단축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제안을 해왔다. 익숙한 사람에게 듣는 ‘잘한다’라는 말은 더 이상 내게 큰 의미가 되지 않았다. 기록이 기대만큼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이 잘못되고 고쳐야 하는지, 객관적인 조언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접배평자, 순서대로 돌았다. 내 영법을 본 인친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완전히 못할 줄 알았다고 했다. 내친김에 조금 자세히 봐줄 수 있냐고 물었다. 가장 자신 없던 영법인 평영을 했다. 수모를 고쳐 쓰고, 수경을 바로 잡을 때 인친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왜 이렇게 진지해요~, 편하게 해보세요.” 저 말을 듣는 순간, 잘하고 싶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뭔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거나, 결심할 때 표정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나는 평소 비교적 리액션이 좋은 편이고, 표정이 풍부하지만 그건 상황과 상대의 반응에 따른 얼굴이다. 반면, 운동을 할 때만큼은 진짜 내 얼굴이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수업이 끝난 후에도 기꺼이 따로 더 가르쳐주거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생겨왔다. 의지로 해내겠다는 진심 어린 다짐이, 나도 모르게 뿜어져 나왔던 것 같다. 단, 운동할 때 말이다.
Ep. 2
“자기 그거 알아? 왜 이렇게 얼굴에 굳어 있어?”
사실 얼마 전 직장 동료에게 무슨 일 있냐고 말을 들었다. 들켰다. 요즘의 난 안녕하지 못하다. 일하는 나는 왜 이렇게 얼굴이 굳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N년차 직장인의 얼굴에는 웃음기를 떠나 표정 자체가 없어졌다. 운동할 때 나와 너무 극명해서, 혹시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 말에 결국 속내를 다 털어놓았다. 턱 밑까지 차올랐다고 토로했다. 버겁다고 했다. 그리고 달리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맞다. 달리지 못했다. 정확히는 원하는 만큼 운동하지 못했다. 일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수단으로 운동을 해왔다. 그래서 다친 사실보다 달리지 못하는 일 때문에 더 속상했다. 거기에 일도 답보 상태이다 보니, 해소할 방도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 직장 상사는 퇴근하면서 내게, “주말에는 좀 뛰고!”라는 말을 남겼다. 다치기 전 루틴을 더듬어 보았다. 토요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뛰고, 카푸치노를 마셨다. 일요일 오전에는 수영하고, 돈까스를 먹었다. 한껏 에너지가 충만해져 밤에 일을 조금 당겨서 했다. “뭐야, 일이 이렇게 잘 된다고?” 며칠 동안 끙끙거리던 일을 3시간 만에 끝냈다. 해보자는 결심이 생긴 결과였다. 그때 내 얼굴은 운동할 때처럼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이참에 다시 새겨본다. 운동할 때의 얼굴들을 일상에도 가져와 보자고 말이다.
늘 중급 어딘가에 멈춰 있는 취미활동에, 나도 살면서 한 번쯤은 마스터즈 운동 실력을 갖추고 싶었다. “어제의 헤엄이 경영(競泳)으로 바뀔 때 까지”라는 마음속 구호를 외치며, 발차기 하는 삶을 꽤 진지하게 이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