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10
MBTI는 사람을 여러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그중 J와 P의 구분은 계획성을 기준으로 한다. J는 계획을 세우고 신중하게 일을 하는 성향이고, P는 유동적으로 자유로이 일을 하는 성향이다. 이번 글은 몽테뉴가 J와 P를 보고 쓴 글이다.
몽테뉴에게 J는 '굼뜨게 말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할 말을 사전에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일관성 있게 말하지만, 계획에서 어긋나서 준비한 것이 무용지물이 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판단력이다. 몽테뉴가 보기에 이런 사람들은 설교자를 하는 것이 좋다.
몽테뉴에게 P는 '재빨리 말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준비할 시간을 줘도 특별히 언변이 나아지지는 않지만, 임기응변이 빨라서 상대편의 예상치 못한 응수에도 말을 이어갈 수 있다. 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지능이다. 몽테뉴가 보기에 이런 사람들은 변호사를 하는 것이 좋다.
몽테뉴는 그 자신이 P에 가까웠고,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J보다 P를 더 많이 본 듯하다. 그래서 P에 관한 관찰이 더 많다. 몽테뉴가 보기에 P는 자유가 없으면 쓸만한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계획이 마음을 망쳐놓는다. "잘하려고 애쓰는 마음, 너무 맹목적이 되어 온통 자기 계획에만 쏠려 있는 영혼의 노력은 영혼을 쳇바퀴에 밀어 넣어 꺾어 놓고 방해한다." 그러나 이게 P의 단점이라면 장점 또한 극명하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내뱉고 나면 나중에 우연히 이미 뱉은 말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을 조사하고 검토하는 일을 통해서보다는 우연히 나 자신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INFJ이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늘 수많은 계획을 짜놓고 행동하는 편이다. 임기응변을 잘 한다기보다는 플랜 B를 많이 두는 것이다. 그래서 몽테뉴의 P 예찬이 그렇게 공감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몽테뉴는 J와 P 중 무엇이 낫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각자의 성향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내 성향을 인위적으로 수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다만 몽테뉴가 한 말, 즉 계획이 영혼을 망칠 수도 있다는 조언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계획이 좌절됐을 때 필요 이상으로 좌절한 적이 많다. 영혼을 스스로 착취하면서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이다. 나는 J에 집착하지 않고 P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임기응변 능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