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능력으로 진실과 허위를 가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

「에세」 27

by 루너

사람은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정확히는, 어디까지 안다고 스스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의 앎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한계가 연장될 수는 있지만, 한계를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이렇듯 사람의 앎에 한계가 있는 한, 사람은 상식 밖의 현상을 경험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사실 세상 모든 일이 어찌 보면 상식 밖이다. 세상 만물이 원자라는 알갱이에 의해 구성돼있고, 이 원자들이 법칙에 의해 움직임으로써 삼라만상이 펼쳐진다는 것이 얼마나 상식 밖의 일인가? 우리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단지 이것이 교육을 통해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사물들이 눈에 익숙해지면 우리 정신도 그것에 익숙해진다. 늘 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으며 그것의 이유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몽테뉴는 여기에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물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은 그 크기보다는 새로움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고, 심지어 우리가 지금 안다고 단언하는 것마저 익숙함에 가려진 상식 밖의 것이라면, 인간이 무엇을 안다고 장담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몽테뉴는 이번 글의 제목을 강한 어조로 지은 것 같다. 생각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는 세상사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현상에 대해 무엇이 맞고 그른지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몽테뉴는 이렇게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경멸해 버리는 태도는 터무니없는 무모함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고도 심각한 오만이다. 당신의 그 훌륭한 이해력을 통해 진리와 허위의 경계를 확정지었는데, 막상 스스로 거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한 것들을 믿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면, 이제 그 경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몽테뉴가 말한 '미친 짓'이 그래도 인류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판단을 중지하는 것은 앎의 포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특별하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척해서도 안 되겠지만, 기존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진리와 허위의 경계를 부수고 새로 짓는 행위를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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