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더불어 그늘이 되어 달리자
팔달산에 다녀왔다. 바나나런클럽 방학인데 연진코치님과 매니저님이 귀한 일요일에 새벽부터 준비해 주신 소중한 번개 모임.
러너들이 몇 명씩 그룹을 나누어 2시간을 달렸다. 이곳은 긴 오르막길과 긴 내리막길, 좁은 통로와 매끄럽지 않은 주로. 중간중간 약수터와 화장실이 절묘하게 배치된 러닝코스다.
압권은 그 쉼터 근처에서 아침체조를 하는 분들이다. 댄스 음악에 맞춰서 수십 명이 야외에서 신명 나게 군무(?)를 펼치는 댄스타임. 힘들 때 들리는 화려한 음악과 어르신들의 풋풋하고 현란한 손동작에 기분이 좋다.
보스턴 마라톤의 '키스존'이 이런 느낌일까? 뽕짝 같은 BGM이 귓가에 깔리고, 마치 우리를 향한 박수와 응원인 듯 앞뒤로 쉴 새 없이 흐르는 현란한 몸짓. 팔달산을 돌 때마다 지치지 않게 해주는 명품 서포터스(?)가 정겹다.
6분 30초 페이스에서 뛰었다. 오랜만에 만난 호진님과 두 분, 총 네 명이 같이 뛰다가 한 분이 먼저 들어가고, 두 시간 동안 셋이 함께 뛰었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훈련을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다. 장거리 훈련은 급수 문제도 있고, 나약하게 자신과 타협하기 쉽다. 혼자라면 힘들면 그냥 멈추면 끝이다. 하지만 그룹으로 달리면 서로 의지가 되고 페이스메이커가 된다.
책과강연의 백일백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 오늘이 29일째다. 매일 글 한 편을 sns와 카페에 올리고 인증하는 단체 글쓰기 프로젝트. 덕분에 며칠에 한 번씩 쓰던 인스타 글을 29일째 매일 쓰고 있고 블로그와 브런치도 꾸준히 쓰고 있다. 모르셨을 거다. 왜 저 인간이 요즘 이렇게 자주 글을 올리는지 :)
대충 오운완 세 글자를 쓰는 것도 매일 쓰려면 힘들다. 500자 이상이면 된다지만 나는 거의 2,000자 가까이를 쓴다. 일기를 써서 채워도 되지만, 난 소중한 기회를 일기로 때우고 싶진 않다. 힘들어도 주제를 잡고 나를 성장시키는 글을 쓰고 싶다.
오운완만 100일간 쓴 사람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를 쓴 사람은 100일 후에 어떻게 달라질까? 아무 생각 없이 100일간 30분씩 천천히 달린 사람과 매일 30분을 쪼개서 근력보강, 언덕질주, 인터벌을 알차게 100일간 한 사람은 100일 후 어떻게 달라질까?
눈부신 영상과 화려한 사진이 눈길을 끄는 sns에서 꿋꿋하게 에세이처럼 매일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다. 대회도 아닌 일상에서 꿋꿋하게 해내는 장거리 훈련과 같다. 그나마 바나나런클럽 훈련은 코치님과 매니저님께서 계속 응원해 주시지만, 글쓰기는 철저히 자신의 의지가 필요하다.
어떤 이유로도 밤 12시 전까지 500자 이상 sns와 카페에 인증글을 매일 올리고 100일 간 쉼 없이 해야 한다는 게 룰이다. 나도 러너이고 작가다. 오기가 생긴다. 그렇다고 대충 아무 글이나 쓰면서 그날을 인증하긴 싫다.
100개의 글에서 성장한 나를 느끼면 좋겠다. 100개의 글로 내 책을 사랑하는 독자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100개의 글로 더 행복한 패션러너인 내가 되고 싶다.
35일이 되는 날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합평회에 가보려 한다. 서로 자기 글쓰기에 바빠서 평소엔 댓글 달기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로가 옆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버티고 있음을 알기에,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달리고 있음을 알기에 만나고 싶다.
두 시간의 달리기를 마쳤다. 마지막 언덕은 질주로 마쳤다. 거의 다 와갈 때 손 잡고 들어가자고 두 분께 부탁했다. 셋이 손을 잡고 웃으며 들어왔다. 함께 달리고 함께 쓴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처음처럼>, 신영복
"러너가 러너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그늘이 되어 달리자.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정승우.
100일 뒤, 나와 당신은 어떤 숲을 이루게 될까. 가끔은 내가, 가끔은 당신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자. 만화 원피스의 명대사처럼 우리 멋지게 가보자. "너 내 동료가 돼라!" 손을 맞잡고, 손을 번쩍 들고 끝까지 완주하자.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