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을 때가 기획이 필요한 순간이다

by 러너인

전략적 인내는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고도로 계획된 행동이다. 저녁 러닝훈련에 늦지 않으려 화장실도 참으며 일했다.

며칠간 고심하던 일을 마쳐야 훈련에 갈 수 있다. 오후 5시, 시간이 흐르며 마음은 조급해진다. 훈련목표가 있으니 초인적인 집중력이 발휘된다. 정신없이 입력을 마친 시간은 오후 5시 55분. 겨우 퇴근버스를 탔다.

요령이 생겼다. 전에는 버스에서 내려 뛰어 지하철을 탔다. 늘 만원이라 40분간 서 있다가 훈련장에 도착하면 이미 진이 빠졌다.

어느 날 길이 막혀 평소 지하철을 놓치고, 어쩔 수 없이 늦은 급행을 탔다. 편안하게 앉았다. 전화위복이다. 15분만 늦게 타면 편안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문제가 있었다. 다 와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느라 훈련시간에 조금 늦는다는 것.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다.

'미리 옷 갈아입기'. 지하철 탑승시간을 미루니 수원역에서 10-15분 시간이 남았다. 이때 미리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러닝화 끈까지 묶어도 시간이 남는다. 빙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획이 필요한 순간이다.
무조건 빨리 타는 게 답이 아니었다. 전체 상황을 보고 미리 옷을 갈아입는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1분이라도 빨리 오는 지하철을 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졸이며 이리저리 뛰고 사람들 틈에 끼어서 가곤 했다. 지금은 오히려 지하철을 보내고 인내하며 기다린다.

바나나 러닝클럽 훈련이 시작된다. 5:00 페이스로 70분을 달렸다. 중간에 고비가 있었지만, 페이스메이커로 나서주신 분의 도움으로 잘 넘겼다. 덥고 습해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 달리는 이들 덕분에 다시 평온해졌다.

전략적 인내는 훈련된 마음에서 나온다.
나를 깨우는 소리는 연진코치님이 400m 트랙을 돌 때마다 불러주시는 '몇 분 몇 초'라는 짧은 단어다.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들 때 들리는 말씀이 정신을 차리게 한다.

코치님이 계속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 순간을 이겨내고 있다는 자각과 다시 훈련된 마음으로 돌아오는 시간. 종소리처럼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말씀.

전략적 인내와 기획된 마음은 어디에서나 필요하다. 일상에서나 훈련에서나, 특히 마라톤에서는 더더욱. 어쩌면 나는 달리기가 아니라 삶을 지혜롭게 견디는 전략적 인내를 배우러 러닝 클래스에 다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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