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풀코스 목표가 뭐예요?" "전 그냥 330이나 하려고요." 이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330은 쉽지 않다. 42km를 3시간 30분 언더로 뛰려면 평균 5:00 언더 페이스로 뛰어야 하니까.
주 3일 러닝 수업 중 하루는 마라톤 집중반이다. 춘천마라톤이나 JTBC마라톤 대회에 맞춰 진행되는 3개월 프로젝트라 다른 날보다 훈련 강도가 높다.
본인의 당일 컨디션 및 목표기록에 따라 풀코스를 기준으로 그날의 훈련 조가 꾸려진다. 어제는 서브 3, 싱글, 320, 330까지 4개 조가 있었다.
한참 훈련에 올인했던 23년 춘마 때 3시간 25분 개인기록을 세우곤 하향세다. 굳이 변명하자면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고, 러닝 에세이 책을 냈고, 조금씩 몸도 마음도 예전보다 독기가 빠졌다고나 할까. 체중도 그때보다 체감상 5kg 늘었다.
마라톤 집중반 수업이 있는 목요일엔 다른 날보다 더 긴장되고 작아지는 맘으로 나간다. 특히 이 반에서는 내가 마지막 330조다. 요즘 뒷조가 없다. 다시 말해 빽이 없다는 말이다. 물러날 곳이 없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트레일러닝 대회 때 가장 뒤에 쳐져서 스위퍼의 호위를 받으며 가까스로 완주하는 러너의 마음, 풀코스 제한시간인 5시간을 넘겨 도로통제가 풀려서 인도로 힘겹게 달려오는 이는 빽이 없다.
오늘 나는 빽이 없다. 다음 조가 있는 러너들이 부럽다. 서브 3 주자들은 몸 상태에 따라 싱글, 320, 330을 골라가며 달릴 수 있는 3가지 맛 옵션이 있고, 최소한 320조는 330을 고를 수 있는 빽이 있지만, 나는 마지막 조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 배수진을 치고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강과 바다를 등에 지고 적과 맞서야 하는 배수진. 싸우다 두려워서 도망가고 싶은 건 전장의 병사나 주로의 러너나 같다.
정말 빽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같이 달리는 330조 분들이 빽이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줄 때 우리는 서로의 뺵이다. 혼자 달릴 땐 스스로가 빽이 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믿고 달려야 할 단 하나의 뺵은 내 마음이고 의지다.
빽이 있는 러너가, 빽이 있는 사람이 부럽다. 살면서 빽이 있으면 든든하고 힘이 된다. 하지만 빽의 힘은 딱 달리기 전까지다.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빽이 있든 없든 주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주로 위에서 나는 언제나 나의 빽이다.
뜨겁게 달리는 순간 나의 빽은 언제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