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브런치북(완결)

by 러너인

공공기관에서 공무원 대상 인문학 강의 출강 제안을 받았다. 출간 6개월 만에 받은 첫 섭외메일이고, 2024년 1월 무조건 작가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지 1년 8개월 만의 일이다.

2025년 3월 책을 출간했다. 출간 후 2주간 순위에 올랐다. 흥분이 가라앉자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SNS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님들의 눈부신 성취에 작아졌다. 출간이 끝이 아닌 작가로서의 시작임을 배웠다. 출간 후 마주한 세상은 생각보다 넓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생각만큼 책이 잘되지 않아서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SNS에는 허세든 자랑이든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많았다. 작가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인데, 일류작가도 아닌 초보작가가 홍보조차 안 하냐는 글도 가끔씩 나를 아프게 했다.


방법을 알고 싶었다. 책을 낸 작가들 중 나처럼 이렇게 저자가 나서서 책을 알리려 노력한 사람들이 많을까? 책을 많이 팔아서 인세로 밥먹고 살겠다는 게 아니었다. 다만 나를 믿고 기회를 준 출판사에 도움이 되는 저자가 되고 싶었다. 일하고 달리고 쓰며 시간과 노력을 쏟은 건 용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서였다. 책이 더 멀리 닿길 바랐다.


툴툴 털고 새로운 도전으로 나를 던졌다. 출간 후 세 달간 다른 작가들의 북토크에 다녔다. 잘되는 분들을 직접 축하하고 보고 듣고 배웠다. 지역은 상관없었다. 부산이든 서울이든, 끌리는 분이 있으면 무조건 북토크에 갔다. 그냥 박수만 치고 오지 않았다. 북토크에 가기 전 내 책 표지 안쪽에 정성스럽게 손 편지를 써서 건넸다. 북토크 작가님 책을 사서 강의 후 줄 서서 사인을 받으며 준비한 내 책을 선물했다.

"저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작가예요.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존심 없다고 했을지 모른다.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분들을 독자로서 축하하러 갔고, 동시대를 사는 출간작가로서 그를 응원하러 갔고, 북토크로 자신을 알리려는 그와 똑같은 마음으로 내 책을 선물했을 뿐이니까. 나는 그 과정을 통해 책을 선물한 작가들과 친구가 되고 좋은 동료로 계속 서로를 응원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방식이 초반에 강력한 홍보로 대형서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기세를 몰아 베스트셀러가 되는 거라면 그 방식은 내 상황과 맞지 않았다. 진심으로 가꿔온 SNS 친구들과 운동하는 지인들 정도였으니까.


오프라인 북토크는 늦었지만, 스레드와 인스타그램에서 ‘온라인 북토크’를 2주 넘게 이어갔다. 큰 효과는 아니었지만 좋은 연결이 생겼다. 굴하지 않고 들이밀며 도전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하나 둘 생겼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모였다.


조금 멀리 돌아갔을 뿐 길을 잃은 건 아니었다. 출간 세 달 뒤 도서관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 메일을 확인하고 제안서를 보냈다. 직접 전화도 드렸다.

“예산이 없어 강사료를 드리기 어려운데 괜찮으세요?”
“네. 여기가 바로 제가 첫 풀코스를 완주한 곳이에요. 제 꿈이 이곳에서 첫 북토크를 하는 거예요.”

그렇게 첫 북토크가 성사되었다. 그날의 감동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만약 내가 강사료를 따졌거나, 누군가 먼저 손 내밀어주기만 기다렸다면 어떤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먼저 문을 두드리자 단단한 문들이 조금씩 열렸다.


오디오북 지원사업에 지원했다. 출판사에서 오디오북까지 지원해 주면 좋은 상황이겠지만, 종이책이 아주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디오북까지 내주는 출판사는 없으니까. 방법은 단 하나. 제작비를 지원하는 오디오북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 사업에 선정되면 출판사에서 오디오북을 내주신다고 했다. 밤새 쓴 9장의 신청서에 승부를 걸었고 결과를 얻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첫 풀코스를 완주한 순간처럼 기뻤다.


도전은 새로운 용기를 부른다. 꿈꾸던 낭독자를 모실 용기가 생겼다. 그분을 모시고 결국 오디오북을 출시했다. 반드시 모실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시도하지 못해 남을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 뒤늦게 달려볼 용기를 낸 것처럼 용기를 내니 세상도 조금씩 답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왜 내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는지를 떠올리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출간 후 3개월, 여름이 되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확실한 결과가 보이지 않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 들었다. 북토크에 다니며 책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써온 일상 러닝글을 쓸 여유도 사라졌다. 달리는 마일리지가 줄자 예전보다 마일리지가 줄고 달리는 속도도 느려졌다. 몸도 마음도 처지기 시작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마침 북토크에 다니며 알게 된 작가님이 리딩하는 책과강연의 백일백장(100일 간 매일 글쓰기) 팀에 합류했다. 초심으로 다시 달려보기로 했다. 매일 500자 이상의 의미 있는 글을 SNS에 올리고 밤 12시까지 단체 대화방에 인증해야 했다.


수년간 쓰지 않던 블로그와 브런치를 다시 시작했다. 백일백장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도전. 새벽에 일어나 무조건 매일 글을 썼다. 처음에는 내 책을 홍보하는 글을 여러 가지로 써보다가 브런치에서 브런치북 공모 소식을 접했다. 브런치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산발적으로 올리기는 했지만 하나의 책처럼 완결되는 브런치북을 내지 못했다. 브런치 작가님들을 보니 몇 권씩 온라인에 브런치북을 올려놓은 분들이 계셨다.


가끔 출간 비하인드를 올릴 때 작가님들의 응원이 있었다. 작가님 출간 스토리가 영화 같아서 그 이야기를 써주시면 좋겠다고. 처음에는 가볍게 흘려들었지만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써보기로 했다. 단순히 100일간 매일 글 쓰는데서 그치지 말고 이번 기회를 살려서 아예 첫 브런치 북을 내기로 했다. 출간작가를 꿈꾸는 분들께 “저 사람도 해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비하인드를 전하기로 했다.


지금 이 브런치북이 그 결과물이다. 출간의 꿈을 키운 모든 시작과 투고, 출간, 오디오북, 북토크 등 책을 내고 달려온 모든 시간들을 이 책에 담았다.


100일 동안 매일 쓰며 멈추지 않았다.

용인도서관 휴먼북 라이브러리에 나를 등록했다. 그 과정에서 도서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추천을 받고 재능기부로 11월 초에 도서관 특강도 잡혔다. 요조님 낭독 오디오북이 출시되고, 봄에 문을 두드렸던 도서관 북토크 소식을 본 공공기관에서 인문학 강의 제안을 보내왔다.

책을 낸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뜨겁게 살아갈 이유가 된다. 달린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삶을 제대로 사랑할 이유가 된다. 책을 쓰고 달린다고 인생이 바뀌는 게 아니다. 인생을 바꾸려면, 바꾸기 위해 책을 쓰고 달려야 한다.


초라하고 작은 시작이 결국에는 길이 된다.
나는 믿는다.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될 수 있다고. 달리며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혼자서 1년 반 달리다가 지쳤을 때 러닝 클래스에서 함께 뛰기 시작했다. 출간 후 혼자 책을 알리다가 지쳤을 때 좋은 분들과 100일간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은 성취는 또 다른 도전으로 우리를 이끈다.

“여러분 가운데 여러 사람이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도하는 용기를 지녔기에 언제나 승자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성공한 분들은 영원히 다른 사람이 되어 결승선을 통과할 것입니다. 내일이면, 평생 알아왔던 것보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입니다.”
딘 카르나제스가 서부 100마일(160km) 울트라마라톤 첫 도전 때 출발선에서 들은 말이다.

브런치북은 여기서 끝나지만,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 또 다른 출발선에 선다. 사랑하는 당신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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