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에 대처하는 법

by 러너인

"소셜 미디어 글들을 종이책에 묶었다. 대체 왜 이런 책을 출간하는 건가?"

책을 내고 받은 첫 악플이었다. 토요일 저녁 무심코 네이버에 내가 쓴 달리기 책 제목을 검색창에 넣었다. 화면에 뜬 차가운 글에 숨이 막혔다. 독서 커뮤니티에 올라온 누군가의 개인적인 리뷰였다. 단 두 줄로 누군가의 하루를 망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책부심이 있는 독서 커뮤니티였다. 그는 전문서나 자기 계발서를 주로 읽는 독서가였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난 소셜 미디어 글들을 그대로 묶어서 책으로 내지 않았는데, 그 소셜 미디어 글들은 내가 매일 한계에 도전하며 몸으로 배우고 4년 동안 달리면서 쓰고 치열하게 소통한 결과물이지 누군가를 베낀 것도 아닌데. 초고를 새로 쓰고 퇴고에 6개월이나 걸린 책을 종이에 그냥 묶어서 출간했다고? 어이가 없었다. 속상해서 창을 닫았다. 하루가 지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차라리 사회 부적응 악플러라면 시원하게 욕하고 돌아섰을 텐데, 평소 책을 꽤나 읽는 사람이 왜 그렇게 안 좋게 생각했을까? 악플도 관심이니 이제 내 책도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sns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네이버카페, 단체 오픈톡방, 블로그, 브런치, 가장 최근에는 스레드까지. 25년 1월, 출간 2개월 전 스레드를 제대로 시작했다. 몇 줄의 글로 소통하는 스레드가 편했다. 따뜻한 글을 주로 쓰는 편이라 처음에는 좋은 댓글만 있었다. 하지만 곧 두 번의 악플과 만났다.


하나. 트랙에서 러닝 훈 중 겪은 일을 스레드에 올렸다. ‘러너의 마일리지’라는 글이었다. 여기 써브 쓰리 러너(마라톤 3시간 이내 완주자) 안 보인다며, 크루에 써브 쓰리가 몇 명 있냐고 불쑥 무시하듯 묻던 어느 선배님 말씀에, 속도로 사람을 평가하고 당연시하는 러닝 분위기에 대해 썼다. 인스타 피드로 쓴 글 전문을 스레드에 올리고 싶었지만, 글자 수 제한에 걸려서 앞뒤 자르고 핵심만 썼다. 몇 시간 후 스레드를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리포스팅을 통해 조회 수가 늘면서 글이 자꾸 퍼지고 있었다. 서브 쓰리라는 러너의 ‘역린’을 건드린 탓이었을까.


일반인 러너들의 꿈인 서브 쓰리. 역린 (逆鱗).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하여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는 바로 그 부분. 215개의 좋아요와 72개의 댓글, 14번의 리포스트. 대부분 공감글이었지만, 글 내용을 비난하는 댓글도 드물게 보였다. 스레드를 하면서 받은 첫 번째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스레드가 반말로 소통해도 된다지만, 반말로 가르치듯 쓴 악플을 보니 몹시 기분이 상했다. 마음 약한 초보 스레더라 감히 누군가를 차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픈 마음을 누르고 억지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지금은 일일이 댓글 달 필요 없이 그냥 차단한다.


둘. 스레드에 '브레인은 새로움에 혹한다'는 글을 올렸다. 욕망의 대상을 계속 바꾸는 쿨리지 효과처럼, 우리도 뇌가 혹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서 자기 계발을 한다면 언제나 지치지 않고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날이 시퍼렇게 선 댓글을 달았다. "여기서 왜 쿨리지 효과를 들먹이세요? 완전 여미새네." 처음엔 그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여미새? 무슨 새 이름인가?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헉 소리가 났다. '여자에 미친 새끼'의 줄임말이었다. 그날 이후 스레드에 글을 올리기가 두려워졌다. 이틀 동안 스레드 앱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누군가의 댓글을 차단할 용기가 없어서 한참을 끙끙대다가 결국 글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보관했다. 이제는 그런 댓글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차단한다.


내 책이 SNS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낸 거 아니냐는 악플을 보고 계속 분이 풀리지 않았다. 무심코 연 메일에 신간 소개글이 있었다. 금세 <세상에 나쁜 악플러는 없다> 책소개에 빠져들었다.

"탑게이의 공감 토크쇼. 팟캐스트 '나를 혐오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입니다. 오늘도 저의 악플러들에게 전화를 걸어볼게요!"

"혐오와 오해, 편 가르기와 적개심이 판치는 인터넷 시대, 조회수 수백만의 콘텐츠를 찍어내던 인플루언서 딜런 매론은 유명세가 커지는 만큼 엄청난 악플 세례에 시달리게 된다. 유색인종인 좌파 게이 크리에이터로서 조리돌림의 표적이 되어버린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악플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하기. 이 용감한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마주한 현실 소통의 위력과 교훈, 생생한 감동과 숙고의 순간들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세상에 이런 대인배가 있나?'

몇 줄의 소개글을 보자마자 바로 책을 주문했다. 피라미 같은 나와는 달리 엄청난 성공을 거둔 유색인종인 좌파 게이 작가가 얼마나 악플에 시달리고 있을지 눈에 그려졌다. 그런 그가 악플러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대화한 이야기라니 너무 큰 용기가 아닌가. 악플의 수위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자신이 받은 악플을 캡처해서 한 곳에 모아 보관하고 읽는다는 그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악플러의 독한 글. 게이를 저주하는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았지만, 어느 날부터 악플러의 일상을 sns를 통해 바라보기 시작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감동했다는 후기를 보았고, 외롭다고 올린 글도 만난다. 처음의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자 그는 악플을 단 사람이 일한다던 베스트바이 영업점 음성메시지에 그의 하루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담아 전했다.


그 책이 준 인사이트가 컸다. 다시는 검색하고 싶지 않다던 옹졸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냥 차단해 버리는 게 요즘 트렌드지만, 이 책을 쓴 작가의 대응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나도 시간을 내어 내게 그 악플을 단 사람이 읽고 있는 책들과 책 리뷰, 그리고 관심사를 살펴보았다.


그의 악플 리뷰를 소중히 갈무리했다. 사실 그가 애써 올려준 두 줄 리뷰도 감사하지 않은가? 아직 책의 존재도 모르는 이들이 수두룩한데 열심히 읽고 SNS와 비교해 가며 평가해 준 정성이 어찌 고맙지 않은가? 탑게이 작가님은 처음엔 간접적으로 악플러에게 마음을 전하고 나중엔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책이 왜 책으로 나왔는지 탄생의 의문을 제기한 그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가 리뷰한 다른 책들을 찾아보다가 "무릎 통증" 책 리뷰를 보았다. 풀코스 도전 후유증으로 무릎 통증으로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연민이 생겼다. 부상으로 답답해하고 있을 그가 떠올랐다. 달리기로 나를 바꾼 진짜 이야기를 책에 담고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나는 그처럼 풀코스 한 번으로 뛰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 오지는 않았다. 그의 속상함을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좋아하는 책들과 리뷰를 읽으며 날카로운 그가 선호하는 책이 어떤 유형인지 짐작해 보았다. 사실 그는 경험을 전달하는 내 책과 맞지 않는 독자일 뿐 악플러가 아니었다.


첫 책을 낼 당신에게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하나 알려주고 싶다. 책을 냈다면, 앞으로 초보작가인 당신의 삶은 이럴 것이다.

• 예약 첫 주, 베스트셀러 목록에 잠시 오를 것이다.

• YES24 판매지수에 잠시 일희일비하게 될 것이다.

• 인세로 집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헛된 꿈을 꾸게 될 것이다.

• 북토크도 결국 들이대야 기회가 생긴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 SNS에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모래알처럼 넘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 매주 판매부수 0권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누군가는 반드시 악플을 달 것이다. “무조건 분명히.”

• 당신은 자주 낙심할 것이고, 투고보다 출간 후 책과 자신을 알리는 게 수백 수천 배 어렵다는 걸 배우게 될 것이다.

• 홍보 글을 올릴수록 스스로가 작아지고, 세상은 내 책에 관심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배우게 될 것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실망시키더라도, 당신은 한 명의 독자 덕분에 행복해질 것이다.

• 남 앞에 서기 부끄러운 내향인 작가도, 결국 책을 위해 얼굴이 두꺼워질 것이다.

당신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책 한 권만 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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