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과 다리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서브 쓰리라는 러너의 ‘역린’

by 러너인

3일 만에 조회 수가 1만 3천 회를 넘겼다. 2월 2일 스레드에서 ‘러너의 마일리지’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오늘 트랙에는 써브쓰리(참고 : '서브쓰리'란 마라톤 풀코스 42km를 3시간 이내로 달려서 완주하는 기록 달성을 의미하며, 많은 아마추어 러너들이 욕심내어 이루려고 하는 목표) 러너가 안 보인다며, 여기 크루에 써브쓰리가 몇 명 있냐고 불쑥 묻던 어느 선배님 말씀에 속도로 사람을 평가하고 당연시하는 러닝 분위기에 대해 쓴 글이다.


인스타 피드로 쓴 글 전문을 스레드에 올리고 싶었지만, 글자 수 제한에 걸렸다. 앞뒤 자르고 핵심만 썼다. 몇 시간 후 스레드를 열었다. 리포스팅을 통해 조회 수가 늘면서 글이 자꾸 퍼지고 있었다.


서브 쓰리라는 러너의 ‘역린’. 그 역린을 건드린 탓일까.


일반인 러너들의 꿈인 서브쓰리. 역린 (逆鱗).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튼튼하고 강한 군주라 할지라도 그 비늘을 건드리면 군주의 분노를 산다는 곳. 용이 분노하는 그 부분.


조회수 1.3만 회, 227개의 좋아요, 76개의 댓글, 14번의 리포스트. 대부분 공감 글이지만, 글 내용을 비난하는 댓글도 가끔 보인다. 스레드를 하면서 받은 첫 번째 부정적인 반응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는 건 어렵고 외롭다.


정말 많은 러너들의 응원과 공감 댓글이 있었다. 공감해 주신 분들께 감사했지만, 한편으론 조회 수가 계속 늘어서 부담스러웠다. 좀 강하게 쓴 부분이나, 개인적인 내용은 지우고 싶었지만 여긴 스레드다. 쓰고 15분 내에 수정하지 않으면 그대로 박제되는 곳.


글을 지울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소신을 접고 숨어버리는 거라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비난의 댓글에도 답글을 달았다. 의견을 나눠주셔서 고맙고, 짧은 글자 수로 앞뒤 사정을 자세히 쓰지 못해 그렇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다시 스레드를 열었다. 주르륵 달린 공감 댓글에 답글을 쓰다 어느 분 댓글에 눈이 멈췄다. 스레드 글과 그분의 댓글, 나의 대댓글을 여기 적어본다.


【스레드 원글 : 일부】


나는 러닝을 단지 속도와 기록으로 정의하는 시선이 불편하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 필요 없고, 예뻐요?"라고 묻는 기분이다. 물론, 서브쓰리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존중하고, 그분들의 노력과 성취는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다.


하지만 내게 러닝은 조금 다른 의미다. 러닝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풀코스를 몇 번 더 뛰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성숙한 생각과 태도를 가지는 것. 그게 진짜 '러너의 마일리지’가 아닐까? 나는 더 나은 삶을 향해 달리고 싶다. 러닝도 인생도, 양보다 질이 중요하지 않을까?


어느 선배님 댓글】

기록의 노예로 살아온 마라톤 인생!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있다. 기록이 중요했고 참가 횟수도 중요했다. 하프는 마라톤이 아니야~ 마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것이 특권인 양 잘난 체를 했었다. 그래! 우리들의 영웅은 썹쓰리였고 추앙하였다. 결과만 중요하고 과정을 즐길 줄 모르는 세대! 어찌 보면 불쌍한 꼰대들이었다.


【나의 답글】

아! 선배님. 댓글 보고 울컥했습니다. 전 10살 정도 어린 늦깎이 러너입니다. 생전 운동을 안 하다가 40대 중반에 살기 위해 처음 용기 내어 달리며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달리면서 치유의 힘을 느꼈고, 글로 제가 느낀 무언가를 담담하게 적고 있습니다. 러닝의 성취는 빛과 같아서 자꾸 우리를 끝없이 달리게 하지만,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고 합니다.


부상과 공허함이 남지 않으려면, 나의 달리기는 무엇을 가슴에 항상 품고 있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절대로 자신을 깎아 눈부신 성취를 낸 러너분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고요, 선배님. 주신 마음, 더 잘 살피며 글을 쓰고 많은 분들을 위해 달리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내 글이 인생, 러닝 선배님들께 실례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다가 만난 어느 선배님의 솔직한 댓글에 감동의 답글을 달았다. '이런 분이 어른이구나.' 스레드에서 찾은 선배님을 인스타에서 팔로우했다. 바로 철인 도치선배님.


스레드글로 알게 된 분과의 소중한 인연. '내가 이 선배님을 만나려고 이렇게 역린을 건드렸구나.'

이런 분들을 SNS를 통해 또 만날 수 있다면 용의 비늘을 몇 번이라도 건드릴 글을 쓸 용기를 내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나의 글과 다리로 사람과 사람을 잇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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