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책 두 권을 주문했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작은 어제 쓴 “헤픈 사람 되기”였다. 브런치 스토리에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작가님들을 무조건 구독했다.
새 글이 올라오면 주저 없이 응원하기로 했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새로운 글을 읽고 하트와 댓글을 남겼다. 창을 닫으려던 순간,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런 마음으로 출간했습니다."
곧 출간이 한 달 정도 남은 나라서 홀린 듯 글을 열었다. 책 <오늘도 가르치기 위해 교단에 섭니다>를 쓴 28년 차 초등교사, 정유미 작가님 글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썼는지 고스란히 전해져서 댓글을 남겼다.
"출간 준비하시느라 얼마나 애쓰셨을지요. 힘든 과정 잘 이겨내시고 멋진 책으로 세상에 나오신 작가님, 축하합니다. 저도 3월 첫 책 출간이라 더 공감하며 읽었어요. 응원합니다."
작가님의 답글이 달렸다.
"3월이면 지금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이겠어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끝까지 살펴보시면 더 알찬 결과물을 얻으실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작가님의 책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끝까지 힘내시라고 응원드립니다. 파이팅입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낯선 누군가와 단 몇 마디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마음이 환해졌다. 나는 그분께 최고의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
"당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리라는 작가 레베카 솔릿의 말로 응원 전합니다. 작가님은 세상을 글로 밝게 비추실 거예요!"
잠시 후,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작가님은 내 댓글을 새로운 피드와 스토리로 올렸다. 작은 댓글 한 줄도 이렇게 소중히 여기는 분께 그저 말로만 감사하고 싶지 않았다. 작가님 책을 읽고 싶어서 바로 주문했다. 그렇게 새벽 3시에 한 권의 책이 내게로 왔다.
스레드를 열었다. 베스트셀러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를 쓴 오서 작가님의 글을 보는 순간 웃음이 났다.
“<내가 글 쓴다고 했을 때 예전 반응>
1. 꼴값 떠네. (대놓고 무시)
2. 알바나 해라. (일하기 싫은 한심한 인간으로 취급)
3. 나도 좀 쓰는데. (개나 소나 다 쓰잖아 식)
4. 유명해? 베스트셀러야? (개나 소나 다 되는 줄)
5. 백수라는 거지? (개나 소로 만듦)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작가라고 했을 때 요즘 반응>
1. 어머
2. 진짜요?
3. 그 책 알아요
4. 사인 좀
5. 작가님
추신 : 누가 글 쓴다고 하면 내가 받았던 반응은 절대 보이지 말기!"
한참 웃다가 나도 댓글을 달았다.
"<평소 내가 글 쓰는 걸 모르던 도서관 사서 친구에게 책 쓴다고 말했을 때 반응>
1. 네가? 왜? (아니, 왜라니?)
2. 무슨 책? 뭐? 달리기 에세이? (하루키냐? 그런 마니아 책은 수요가 없어. 망하겠네.)
3. 인쇄소에서 그냥 찍는 거지? (자가출판 맞지?)
4. 출간 계약했어. (어느 출판사가 너 뭘 보고 계약하니? 망하는 거 아니야?)
5. 두 권 팔리겠네. (한 권은 네가, 한 권은 내가 불쌍해서.)
6. 안 팔려서 기증받는 책이 도서관에 한 트럭이다. (처리 힘든데 너까지?)
7.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거 맞아? (너 책이?)”
오서 작가님과 웃으며 댓글을 나누다가 갑자기 책이 궁금해져서 바로 주문했다. 새벽 5시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책 한 권이 더 생겼다. 새벽 3시에 남긴 댓글 하나에서 시작한 대화는 두 권의 책으로 끝났다.
몸을 일으켜 토요일 바나나 수업에 나갔다. 발이 얼어붙는 강추위에 강인하게 서 계신 두 코치님, 얼마나 추우셨을까. 오늘 훈련은 1시간 20분 지속주다. 조깅에도 꽁꽁 언 발가락은 쉽게 녹지 않는다. 글도 그렇다. 초고는 어색하게 굳어 있다. 계속 쓰다 보면 부드러워진다.
해가 뜬다. 발이 녹고 몸이 가볍다. 글도 초반에는 힘들어도 쓰다 보면 이야기가 흐른다.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드디어 곧 3월이면 첫 책이 출간된다. 이런 멘트를 떠올린다.
“이번에 내리실 책은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입니다.”
나는 이 책에 기록과 숫자 뒷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믿는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달리기 한 번에도 각자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고. 이 모든 시작이 된 새벽의 작은 댓글 하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