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다. 누군가의 용기를 샀다.

by 러너인


"독립 서적으로 처음 출판해 본 내 소설이야..
100부 찍어 버렸는데 가격도 없고, 샘플북 써져 있고
표지 두께도 실수, 이것저것 실수 투성이..

그래도 이런 부족함 투성이인 사람도 책을 냈어.
부끄럽지만 또 누군가에게도 용기를 주길."

처음엔 책을 살 생각은 없었다.

퇴고에 지쳐 무심코 보게 된 글이었다.
책 소개를 보다 웃음이 났다. 가격 없는 샘플북 표지라니.

나도 혼자 책을 냈다면 딱 이렇게, 아니 더 허둥지둥 만들지 않았을까. 화려한 표지를 뽐내는 빈틈없는 책이 대세인 요즘, 이런 작고 따뜻한 목소리가 그립고, 또 그리웠다.

홀린 듯 책을 구매했다. 100권의 초판 중 하나. 게다가 가격도 없는 샘플북 표지라니. 이건 소장판이다. 귀하고 귀한,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첫 책.

책을 써 보니 얼마나 이 일이 쉽지 않은지, 읽는 사람이 편하려면 얼마나 작가가 고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에밀리 작가님의 첫 소설책.
제목은 '빛의 잔상'.

"평생 타인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임은수가 운명처럼 '빛의 환영'에 붙들리며, 모범적인 궤적에서 벗어나 풍경 사진작가가 된 이후 겪는 찰나의 순간, 운명, 여운에 관한 소설"

그가 쓴 책 소개에서 나를 떠올렸다.
'빛의 환영'이 '달리기' 같다고 느꼈다.

"평생 '자신'의 '한계'에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정승우가 4년 전 운명처럼 '달리기의 환영'에 붙들리며, 모범적인 궤적에서 벗어나 마라토너가 된 이후 겪는 찰나의 순간, 만남, 여운에 관한 에세이"

누군가의 빈틈을 살 수 있다면,
헤아릴 수 없는 첫 마음을 살 수 있다면.

달리던 발걸음을 멈춘다.

누군가의 빈틈을 샀다.
빈틈 많은 그를 읽고 싶어졌다.

빈틈 많은 당신의 책을 읽고 싶어졌다.
빈틈 많은 당신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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