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학생: 작갑니더.
담임: 그래? 무슨 책이고?
학생:『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입니더.
담임: 책 좀 팔렸나?
학생: 아입니더. 책 낸 지가 벌써 세 달이나 지났는데예, 삼백 권밖에 못 팔았심더.
담임: 뭐라꼬? 북토크는 다니나?
학생: 그게요…
담임: 뭐라카노! 얼른 안 말하나!
학생: 딱 한 번 했심더…
담임: 한 번? 그라꼬 팔리것나?
학생: 지는 잘 모르겠심더...
담임: 니, 이리 나온나
학생: 예...?
담임: 저기 끝에 가가 엎드려뻗치라.
학생: 아이고 아부지예... 아이고 선생님예...
사주소. 한 권만 사주소. 사주고 때리이소...
(쉬는 시간, 담임이 예스24를 열어 결국 한 권을 주문한다. 다음날 교무실로 책 한 권이 도착한다.)
선생님 1: 무슨 책인교?
담임: 아 아빠가 책을 썼다카길래 주문했심더.
선생님 1: 무슨 내용요?
담임:『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라나.
하루키도 아닌기 이름이 헛갈릴 정도로 비슷하데예
선생님 1: 요즘 달리세예?
담임 : 그냥 걷뛰 정도지예. 달리기까진 아니예.
선생님 1: 신기하네. 요즘 달리기가 핫하다는데.
담임 : 조금씩 달려보려고예.
(다음날, 담임이 점심시간에 책을 들고 눈물짓고 있다.)
선생님2: 아니, 어디 아프세예?
담임 : 아입니더. 책을 보다가 눈물이 나서예.
선생님2: 슬픈 내용입니꺼?
담임 : 아니예. 꼭 저같은 사람이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데예. 갑자기 달리기를 했다지 뭡니까. 이 인간이 6개월만에 풀코스를 뛰고 널부러져서 비 맞아가꼬 엉엉 우는데예, 내맘같아서 눈물이 나데예. 이 인간, 진짜 달리기에 미쳐삤심더...
(수업이 끝나고 담임이 자리에서 책을 들고 낄낄 웃고 있다.)
선생님3 : 아니, 선생님. 왜 그리 웃는교?
담임 : 아입니더. 책을 보다가 웃겨서요.
선생님3 : 모가 그리 웃긴데예?
담임 : 이 인간이 처음 레깅스를 입는다 아입니까. 앞에가 툭 튀어나와 보일까 걱정돼가꼬 새벽마다 거울 앞에 서가꼬 도드라질까 싶어 별 지랄을 다 했데예. 그 장면이 상상되서예. 결국 반바지를 위에 덧입다가 결국 용기 내가꼬 맨 레깅스만 입고 나가는데 웃기네예.
선생님3 : 흉하네예. 여자가 입어도 망신스러운데 남자가예? 미친 인간 아입니까?
담임 : 근데요. 책 읽다보면 지두 레깅스를 한 번 입어볼까 싶데예. 용기가 불끈 나네예.
선생님3 : 진짜 미친 거 아인교? 책에 홀라당 빠져삤네요.
(다음 쉬는 시간, 담임선생님이 쇼핑몰에서 레깅스를 고른 후 러닝화를 고르고 있다.)
선생님4 : 뭘 그렇게 자꾸 삽니꺼?
담임 : (레깅스 이야긴 쏙 뺀다) 러닝화 하나 사려고예.
선생님4 : 걷뛰한다 안했습니꺼. 뛸라고예?
담임 : 이 책보다 울다 웃다가 뛰어야겠데예.
선생님4 : 무슨 책인데예?
담임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입니더.
선생님 1,2,3,4 : (입을 모아) 지금 바로 주문합니더!
(다음날, 다함께 같은 책을 들고 있다. 그 다음날은 러닝화를 신고 운동장을 환하게 웃으며 나란히 뛰고 있다.)
(다시 교실로 장면이 바뀐다.)
담임: 책 좀 팔렸나?
학생: 지난 주에 다섯 권이나 팔렸지예. 아부지 입이 귀까지 걸렸네예. 이제 삼백 다섯 권 팔았심더.
담임: 좋은 책은 결국 알려지게 되니 걱정 말그라.
느그 아버지 책 잘 보고 있다고 전하고. 힘내라!
P.S. 바나나런클럽 토욜 훈련 후 숨겨둔 이슬아 작가님 굿즈T를 수줍게 꺼냈어요. <현피를 떠도 꿀릴 게 없다> T. 존경하는 우리 바나나런클럽 연진코치님께 사진을 부탁드렸어요. 더 꿋꿋하게 알리고 힘차게 뛸게요. 파이팅♡
P.S. 3월에 책 낸 돈없고 빽없는 작가의 이야기. 제 피드의 가장 많은 좋아요 개수만큼만 책이 누군가에게 전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글을 씁니다. 300명이나 되는 분들께 닿아서 행복하지만, 1쇄를 찍으려면 1000명에게 닿아야 하니까요. 살벌했던 80년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