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리는 루틴 만드는 법

by 러너인

승우, 종화와 함께 6:00 페이스조에 선다.
잠시 뒤, 나란히 달리기를 시작한다.
종화, 승우를 바라보여 말을 건넨다.

종화 : 형, 저는 요즘 인스타 못하겠어요.
승우 : 왜?
종화 : 애기 보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뭔가 기록하고 싶은 일도 귀찮아서 그냥 지나쳐요.
승우 : 사실 인별에 꾸준히 글 올리는 게 쉽진 않지.
종화 : 형. 근데 비결이 뭐예요? 형은 그냥 글이 아니라 거의 매번 긴 글을 올리시잖아요. 신기해요.
승우 : 너 인스타 피드에 글자 수 제한이 얼만지 아니?
종화 : 글자 수 제한이 있어요?
승우 : 응. 2,200자. 난 거의 매번 그 한도를 꽉 채워서 써. 그래서 알아.
종화 : 형은 어떻게 그렇게 길게 쓰세요?
승우 : 난 메모장에서 글을 쓰거든. 메모장 3~4페이지 분량으로 쓰면 거의 2,200자가 되더라고.
종화 : 항상 그렇게 길게 쓸 이야기가 있으세요?
승우 : 아니. 그래서 평소 달리면서 뭘 쓸지 생각하고 작고 사소한 일도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곤 해. 그리고 길게 쓰는 것도 훈련이야.
종화 : 길게 쓰는 훈련요?
승우 : 응. 지금 우리가 바나나 런클럽에서 주말마다 2시간 정도 장거리 시간주를 하듯이 난 평소에 2,200자 글쓰기 훈련을 하는 거야. 자꾸 짧게만 쓰면 긴 글을 쓰기 어렵거든.
종화 : 아. 형도 매일 노력하는군요.
승우 : 응. 네가 평소 만나는 내 인스타 피드글도 내가 1시간 이상 꼬박 쓴 글이야. 사실 제대로 쓰려면 1시간도 빠듯해.
종화 : 분량은 그렇다 치고 어떻게 그렇게 매일 쓰세요?
승우 : 혼자 하면 쓰다 말다 하고 게을러지더라고. 찾다 보니 책과 강연에서 기수별로 100일간 매일 글 쓰는 온라인 모임이 있더라. 강제로 매일 글 쓰려고 일부러 거기 지원했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를 밀어 넣은 거지.
종화 : 일부러 꼭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셨네요.
승우 : 맞아. 매일 SNS에 500자 이상 글을 쓰고 나서 카페에 밤 12시 전에 인증해야 해서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
종화 : 그런데 매일 올리셨잖아요?
승우 : 응. 난 이런 방법을 썼어. 글 쓰고 인증하는 건 조금만 바쁘고 귀찮으면 잊기 쉬워. 머리로 하는 건 특히 그래. 나는 러너니까 몸을 쓰기로 했지.
종화 : 몸을 써요? 어떻게요?
승우 : 매일 달리기를 하는 거야. 100일간 글쓰기를 위해 나만의 몸 쓰는 루틴을 만드는 거지.
종화 : 매일 새벽에 달리세요?
승우 : 바나나 러닝클래스 훈련이 있는 화, 목, 토는
클래스로 대체하고 월, 수, 금은 새벽에 뛰어.
종화 : 안 피곤하세요? 새벽 기상 힘들던데.
승우 : 피곤해. 난 퇴근하면 뛰기 싫어서 저녁에는
못 뛰겠어. 그래서 짧게라도 새벽에 뛰려고.
종화 : 새벽에 일어나는 방법이 있나요?
승우 : 요즘은 화장실 전술을 쓰고 있어. 아침에 화장실 가고 싶잖아. 참고 근처 공원 화장실까지
달려가는 거지. 일명 카타르시스 전법.
종화 : 공원 화장실이 가까워요?
승우 : 한 1km 정도? 일단 눈떠서 옷 입고 화장실 간다 셈 치고 나오는 거야. 길에 실례할 순 없으니까 빨리빨리 공원으로 달려가게 되거든.
종화 : 와. 루틴에 루틴이네요. 매일 글 쓰기 위해 달리고, 매일 달리기 위해 야외 화장실을 통해 생리욕구를 새벽러닝의 동력으로 만드는...
승우 : 맞아. 의지는 약해서 2중 3중 안전장치가 필요해. 난 의지를 믿지 않거든.
종화 : 참, 아까 새벽에 여기 올 때 터널을 빠져나오니 비가 막 쏟아졌어요. 다른 세상처럼요.
승우 : 맞아. 터널 하나 사이로 다른 세상이 펼쳐져서 나도 신기했어. 달리기도 그렇지 않을까. 달리기를 만난 후의 삶과 이전의 삶이...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종화 : 와. 역시 작가님의 표현력이란!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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