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쓰고 달리고 사랑하라

by 러너인

- 등장인물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엘리),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를 쓴 한국의 무명작가 정승우(=승우)
- 시간과 공간 : 2025년 뜨거운 여름, 대한민국 수원
(엘리와 승우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다. 커피챗)
(승우) 엘리님. 안녕하세요.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를 쓴 정승우예요. 세계적인 작가님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꿈만 같아요.
(엘리) 반가워요. 달리기 이야기군요. 달리기 이야기는 언제나 좋아요. 저도 아침에 8km씩 뛰기도 했죠.
(승우) 와우. 아침에 8km라니. 엄청난 러너세요. 사실 얼마 전까지 제 닉네임이 '쓰고 달리고 사랑하라'였거든요.
(엘리) 아하! 제 책 제목과 비슷하네요. 어떤 의미죠?
(승우) 엘리 작가님은 여성들의 진정한 욕망과 영성, 그리고 진짜 사랑을 찾아 낯선 세계로 떠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쓰셨잖아요.
(엘리) 그렇죠. 여자의 러브 스토리죠.
(승우) 전 불행히도(?) 남자라서(웃음) 작가님 책 읽고 감명받았어요. 제가 앞으로 이렇게 솔직한 글을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위트 있게 자신을 까발리는 글이라니...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엘리) 신기해요. 전 세계 수백만 수천만 여성들이 제 책에 열광했죠. 이 책을 출구 삼아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열었으니까요.
(승우)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남자들을 위한 이런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뭘 어떻게 하라 마라 가르치려는 책은 많죠. 하지만 작가님처럼 이렇게 자신의 욕망을 깊숙이 찌르는 남자 버전의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엘리) 그러려면 나만큼 솔직해져야 해요. 더 큰 문제는... 남자들은 책을 읽지 않아요. 그들은 영상에 환장하죠. 움직이는 것. 흔들리는 것에 마음이 흔들리죠. 아주 단순해요. 따분할 정도로.
(승우) 남자들을 위한 책을 쓰면 망할까요?
(엘리) 아마도요.(웃음) 내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내가 했던 질문을 해보세요. 나처럼 이혼하고 인도와 이탈리아에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승우) 작가님은 어떤 질문을 세상에 던지셨어요?
(엘리)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은 누구의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하려고 태어났는가? 나는 누구와 함께 그 꿈을 이루고 싶은가? 나는 즐거움과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 날 즐겁고 평화롭게 해주는 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죠.
(승우) 여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해 주셨군요?
(엘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 거죠. 제가 책을 내곤 남자들이 항의했어요. 당신이 여자들을 망쳐놨다고요. 당신 때문에 여자들이 다 떠났나고요. 누이도, 여자친구도.(웃음)
(승우) 당신의 책이 여자들만이 아닌 남자인 제게도 큰 울림을 준 것 같아요. 전 남자들이 불쌍해요.
(엘리) 어떤 의미로요?
(승우) 평생 자신을 알지 못하고 가는 거요. 성취, 섹스, 돈, 경쟁만 하다가 사라지는 거죠. 전 당신이 독자에게 받은 가장 이상한 편지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어요.
(엘리) 혹시... 그 "쌍년아."로 시작되는...?
(승우) 네 바로 그거예요. "잘 들어, 이 쌍년아! 누구는 결혼 생활이 좋은 줄 알아! 이 쌍년아? 누구는 비참하지 않은 줄 알아? 쌍년아? 누구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줄 알아? 누구는 이혼하고 새로운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은 줄 알아? 하지만 난 이혼하지 않아. 쌍년아. 결혼 생활을 유지할 거라고. 쌍년아! 왜냐하면 결혼은 원래 그런 거니까. 결혼이란 원래 서로에게 헌신하겠다고 약속하는 제도야. 이 쌍년아!"
(엘리) 전 동의하지 않아요. 우린 떠나도 되고 인생을 바꿀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아끼는 팬레터는 이거예요. "내가 27년간의 학대에서 빠져나와 나와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의 85.5%는 당신이라는 걸 알아주세요."
(승우) 전 45년간의 자기 학대에서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어요.
(엘리) 중요한 건 바로 전진. 계속 전진. 계속 앞으로 나가는 거예요. 껍데기가 아닌 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 쓰고 달리고 사랑하라는 당신의 말처럼. 계속! 참. 저도 당신 책을 읽어볼게요. 제목이..? 모든 이야기엔 달리기가 있다?

(승우) 아뇨.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에요(웃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추노(달리는 자들의 집요한 추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