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내 선택, 그 결과를 사랑하는 법
정원에게
온통 세상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날들이야.
오늘도 41도에 육박하는 온도에 놀랐지.
지구가 진짜 심각하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살이 익고 숨이 턱턱 막힌다고
우리는 또 에어컨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지.
이토록 치열하게 뜨거운 여름을
나는 이상하게도 좋아하게 되었어.
마치 너도 한 번 이만큼이나 열렬하게 달구어져 보라고
나에게 손짓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야.
엄마는 요즘 들어 부쩍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알베르까뮈의 <이방인>을
읽었어. 예전에도 읽었던 책이지만
이번에는 뫼르소가 신부님 앞에서 쏟아낸
그 말이 유독 마음에 깊이 남았단다.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는 인생,
그들이 고르는 운명이
나한테 뭐가 중요해요?
단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선택하게 되어있고..
모든 사람이 특별해요.
특별한 사람들 밖에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내가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더 자주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라
주변 사람들의 삶이
부러웠던 적도 많았고,
"나는 왜 이렇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쉬지 않고 일해도
이 모양일까?"
한숨을 내쉬던 시간들도 있었어.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시기에
뫼르소의 말이 마음 깊이 들어오는 거야.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인생,
그게 내 삶에 뭐가 중요할까?
결국 나는 내 삶을 선택해 살아가야 하는데"
삶은 내 선택이고,
그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내 몫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삶의 시간이라는 사실이
요즘 부쩍 소중하게 느껴진딘다.
실존주의에서는 이렇게 말을 하지.
인간은 태어날 때 정해진 의미나 목적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이제 나는 아이를 기르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던
시간에서 조금은 벗어난 나이가 되었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고,
무언가를 하려 할 때 오히려 걸림돌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제는 이 시간들을
나의 선택으로 다시 채워가고 싶어.
'문장화원'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내가 이 나이에 다시 할 수 있을까
그토록 왕성하게 에너지 넘치게 움직이며
나아가는 저들처럼 내가 가능할까
이런 고민들 속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이 아쉽지 않도록
나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 볼 거야.
정원아
이 편지는 너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전하고 싶어.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오직 '내'삶의 시간임을 잊지 말자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가치와 속도를 믿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자.
엄마 역시
아직도 내 삶을 나만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어.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야.
각자의 리듬과 빛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자.
오늘도 너를 응원하며
문장지기로 살아가기를 선포한
엄마가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