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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안녕 검은눈 (a.k.a 10억살)

우주민박 메이&앨리스

by 메이앤앨리스


<우주민박 메이&앨리스>

2화. 안녕, 검은눈 (a.k.a 10억살)


메이와 앨리스는 모히토를 나눠 마시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메이는 앨리스에게 말했다.


“누가 왔나봐. 앨리스 나가봐.”


밖에 나간 앨리스는 자신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를 가진 외계인을 발견한다. 외계인은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있고 눈이 퉁방울처럼 컸다. 이티처럼 팔 다리가 얇았으며 배가 나와 있었다. TV나 영화에서 자주 본 전형적인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인간이여. 나는 평화를 위해 왔다.”


외계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이긴 했지만 못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째서 외계인이 한국어로 얘기하는지에 대해서 앨리스는 궁금했다.

앨리스는 시치미를 뚝 떼고 집으로 들어와 메이에게 말했다.


“메이. 손님인가봐. 방 좀 정리해줘.”


메이는 집 안으로 들어온 외계인에게 모히토를 건넸다.


“넌 어디서 왔니?” 앨리스가 물었다.


“난 베타 센타우리인이다. 인간이여.” 외계인의 말에 메이와 앨리스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외계인은 모히토를 마시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베타 센타우리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메이가 말했다.


“오래전에 다들 다른 은하로 떠났지. 남은 건 나 뿐이다.” 외계인은 밝게 웃어보였다. 눈이 반달 모양으로 작아지자 메이와 앨리스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베타 센타우리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외계인이 찾아오는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잘 왔어. 방세는 선불이야.” 앨리스가 말했다.


“이 카드를 받아라. 인간이여.” 외계인은 품속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메이에게 건넸다. 메이는 외계인의 신용카드로 방세를 선불 결제하고 다시 돌려줬다. 결제는 이상없이 진행됐다.


외계인은 지구인이 베타센타우리에 오기를 10억년 전부터 기다려왔다. 그의 몸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가장 전형적인 외계인의 모습을 본 떠 만든 생체 기계였다.


10억년 전 외계인의 행성은 은하문명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우주 문명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베타 센타우리계는 이제 너무 좁은 곳이었다. 외계인의 문명은 베타 센타우리계를 넘어 저 우주의 끝까지 날아가기로 했다.


10억년 전 외계인의 문명은 이 은하계를 영원히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인이었던 외계인은 이 별에 남기로 했다.


외계인 문명의 계관시인이었던 외계인은 자신의 시를 읽어줄 존재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지구였다. 지구는 생명으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10억년 전 인간들은 진화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외계인은 인공지능 컴퓨터를 통해 인간들이 10억년 후에는 우주 문명을 이룰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10억년. 컴퓨터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때문에 그 시간 동안 견뎌낸 후에는 새로운 존재들의 문명이 태어날 것이 분명했다.


외계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10억년 동안 동면에 들어갔다. 그리고 10억년이 지난 후 인간들이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외계인은 자신의 신체를 버리고 정신만 남은 존재가 되었다. 그는 컴퓨터 속에서 양자화되어 10억년의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다. 메이와 앨리스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거대한 시간 관념 앞에서 뭐라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외계인은 인간이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존재였다. 몸은 겉치레에 불과했다. 참으로 긴 시간을 그는 기다려왔던 것이다.


“어서와 반가워. 어쨌든 잘 지내보자고.” 메이가 말했다.


“고맙다. 인간이여.” 외계인이 답했다.


이윽고 베타 센타우리의 주성이 지고 밤이 찾아왔다. 그렇게 해서 메이와 앨리스의 게스트 하우스에는 10억살의 외계인이 살게 되었다. (계속)



<우주민박 메이&앨리스>

* 글 : 제이슨, 그림 : 란

* 매주 수요일 연재

* 메이&앨리스 인스타그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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