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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Feb 15. 2016

「링거 투혼」

#14. '견딜 수 없네(정현종)'를 또 읽고

머리가 무겁다.


앉아있을 수가 없어 그대로 눕는다.

온 몸에 힘이 빠져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정신이 말똥한 거 같다가도 어지럽다.

잠이 온다. 깊은 잠을 자고 싶다.


살풋

잠을 깨고보니 식은 땀 가득.

안 되겠다. 죽을 것 같다.

견딜 수가 없다.


가야겠다, 병원!

이번에도 링거.


간신 차를 몰아 살기 위해 또 간다.


팔에 주사바늘이 꽂히는 순간,

안도의 깊은 잠이 또 몰려온다.

아, 또 문득, 정말 견딜 수가 없다.

내 이 버거운 삶. . .

죽을 것 처럼 아파도 편안히 하루조차 쉴 수 없는 나날들이 벅차다. 눈물이 핑 돈다.


집에 돌아오는 길.

갑작 절친 목소리가 듣고 싶다. 어제 우울하다 문자왔던데. 나도 아프다 말하고 싶다.

전화를 걸어본다.

회의중이라는 답장이 날아온다. 역시 생각만큼 현실은 달콤하지가 않고.


집에 돌아오니 한결 좀 낫다. 약기운에 머리가 덜 어지럽다.

그래도 누웠다.

위로가 될까하여 책을 집어들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집중 어렵지만, 얼마 전에 한 번 읽었던 시집.


정현종 시인의 <견딜 수 없네>



시인은 무엇을 견딜 수 없는 걸까?

다시 헤아려보기로 한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갈수록 마음이 더 여리어지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한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을수록, 내 마음과 생각은 아주 더 의연해지고 강건해질 줄 알았다. 어떤 일이 닥쳐도 너끈하게 부드러이 잘 해 낼 줄 알았다.


현실은 뜻대로 잘 안 된다.


겉으로는 늘 씩씩하고 쿨하게 모든 것을 척척 넘기지만, 돌아서면 '왜 좀 더 세련되게 처신하지 못했나?'하며 후회 범벅을 한다.

내 역량을 벗어나는 일들을 하고 나서도,'도대체 왜 그랬을까?'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 것을 되뇌인다.


언젠가 절친은 내게 말했다. 자신의 좌우명은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라고.

멋진 말이다. 그리고 대단한 정신력이다.


나는 가끔 나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는게 아닌가 싶다.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한껏 좀 느긋하게 살 일이다. 급한 일 아닌 것은 팽개치고 한 쪽 눈을 감을 일이다.

그리하여……,

'견딜 수 없네' 를 남발하지 않도록!

'견딜 수 없네' 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사람은 언제가 아름다운가> 정현종


자기를 벗어날 때처럼

사람이 아름다운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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