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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Mar 18. 2016

「달달함, 그 시그널 속으로」

#22.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

달달함의 향연.

2월의 그 많은 초콜릿을 뒤엎고 이번엔 사탕이다.


생각만 해도, 보기만 해도, 손으로 집어 들지 않아도 달달함이 떠오르며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올해도 뉴스 기사에는 상술이니 아니니 말이 많고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 또 차고 넘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 거리의 매장에는 한 가득 예쁘게 포장된 많은 상품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아마도 그 누군가는, 오랫동안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고 담아두었던 랑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달콤할 사탕을, 그리운 상대방의 마음을 스르르 휘어감싸 녹여줄 달달함을 고르고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진열대 앞에서 계속 서성였을 것이다.  그 예쁜 마음이 진정 사랑의 진수이리라.



문득, 지난 기억들을 더듬어본다.


세속적인 시류에 편승한 것이긴 하나, 누군가에게 내 짙은 마음을 담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주었거나, 누군가로부터 달달한 사탕을 받은 적이 있던가?

슬프게도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주변에 서성였던 사람들이 제법 있었음에도 말이다.

어쨌건, 뭔가 선명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특별함이 없었다는 뜻이고, 아마도 나는 그런 종류의 시그널 따위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어떤 시그널을 바랐던 것일까?…….


 

 '그는'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나는 이런 시그널을 주는 '그 누군가'를 원했다.

'그 누군가'는 적어도 이러해야 했다.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이십 대 때의 나는, 한창 삶과 사랑에 대한 이상에 들떠있을 시기인지라, 사랑에 대해서는 그리움에 그리움을 더해 환상적인 달콤 로맨스를 꿈꾸지 않았나 싶다.



'내 인생의 신조'    로버트 풀 검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아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공상이 좀 많았음을, 역사보다는 신화가 더 좋았음을 털어놓는다. 꿈에 젖어 살다 보니 현실에 대한 감각이 다소 떨어져 혼자 괴로워하기도 했었고, 슬픔이 하나 둘 마음속에 자리할 때에도 겉으로는 나도 모르게 웃음으로 그 슬픔들을 치료해 왔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무엇보 사랑은, 당연히 죽음을 맞설 수 있는, 그 어떤 절대적 숭고함이 내재되어 있다고 믿어왔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어느덧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중년에 접어들었다.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기억과 아쉬운 순간들이 제법 많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아마 훨씬 완벽한 인간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한 치의 빈 틈용납하지 않을, 보다 더 정밀한 알파고 인공지능처럼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내게 그리 만만하지 않다. 여전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늘 실수투성이고, 불완전함 그 자체다.



'내가 늙었을 때'  드류 레터


내가 늙었을 때 난 넥타이를 던져버거야.

양복도 벗어던지고, 아침 여섯 시에 맞춰놓은 시계도 꺼 버릴 거야.

아첨할 일도, 먹여 살릴 가족도, 화낼 일도 없을 거야.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늙었을 때 난 들판으로 나가야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거야.

물가의 강아지 풀도 건드려보고

납작한 돌로 물 수제비도 떠 봐야지.

소금쟁이들을 놀래키면서.


해질 무렵에는 서쪽으로 갈 거야.

노을이 내 딱딱해진 가슴을

수천 개의 반짝이는 조각들로 만드는 걸 느끼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제비꽃들과 함께 웃기도 할 거야.

그리고 귀 기울여 듣는 신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줄 거야.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연습해야 할 지도 몰라.

나를 아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내가 늙어서 넥타이를 벗어던졌을 때 말야.



곰곰 되돌아보면, 이십 대 후반부터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여 삼십 대 결혼과 육아를 거쳐 지금까지, 일과 가정을 병행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왔다.

이 시를 처음 보았을 때, 비록 남자는 아니지만 '넥타이를 던져버릴거야' 라는 표현은 충분 내게 강한 쾌감을 안겨주었고, 그런 날들이 어서 와서 한껏 자유로워질 멋진 내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양복을 벗어던지고, 알람시계를 끄고, 온갖 사회적 인간관 먹여 살리는 일, 화내는 일 같은 것들과의 굿바이'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은 상상만 도 가슴 벅찬 일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달달함 시그널'을 이야기하는 걸로 마무리련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추억할 만한 나만의 사랑이 있음은, 가슴 가득 훈훈해지는 일이자 입가에 나도 모르게 살포시 미소가 번져지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달콤쌉쌀 초콜릿이나 달달한 사탕을 주고받는 일은, 속된 상업주의에 물들어 흔하디 흔한 '날림 사랑'을 표출하는  니리라.


진짜 사랑에 대한 오오랜 고민과 불면의 나날들을, 그 작은 달달함에 담아 누군가에게 내밀음으로써

강한 시그널을 주는 일이다. 그로 인해 서로의 가슴에 두고두고 꺼내볼, '환한 한줄기 빛'을  선사하이리라.

그러니, 인생에서 한 번쯤은 '달달함, 그 시그널 속으로' 포옥 들어가, 한껏 사랑에 취해볼 일이다.


그 '한 줄기 빛'은,

우리의 삶을 허무하지 않게,

반짝반짝 윤이 나게 해 줄 것임을, 오늘도 나는 감히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랑은'   오스카 햄머스타인


종은 누가 그럴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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