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이영광'님의 시선을 따라가다.
살아가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 이영광, 사랑의 발명 <나무는 간다, 창비>
누군가를 가만 들여다보다 그 내밀한 슬픔을 읽은 적이 있지요.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이 다 가진 듯 하나, 돌아서 가는 뒷모습에서 아무 것도 손에 쥔 것 없는 듯 하릴없는 쓸쓸함을 읽은 적이 있지요.
그 때 번개같이 찌릿,
'연민'이라는 방자한 단어가 찌릿.
광속으로 찌릿.
머릿속을 후비며 파고 들었지요…….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성큼, 다가온 연민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발명할 수 밖에 없는 아이디어가 되지요. 때론 완벽한 발명이 되지 않아 끊임없이 재발명을 거듭 고심해야하드라도 말이지요.
그렇게 하염없이
'나라도 곁에 없으면....'을 되뇌이며 그 누군가를 생각해 주는 일.
그 누군가의 곁에 그래도 머물러 주는 게 낫지 않을까를 생각하면서, 때때로 한 번씩 세차게 흔들리는 마음을 꽁꽁 붙들어 매서 가만히 다시 제자리에 앉혀놓는 일.
발명을 의미하는 라틴어 inventio가 '생각이 떠오르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요.
그 누군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것을 통해 나를 보고,
나를 생각하는 것을 통해 그 누군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일.
도약에 도약을 거듭하는 생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
내가, 혹은 네가
살아가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을 때.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있을 때.
후다닥
후다닥
그렇게 번개처럼
사랑을 거듭거듭 재발명해야하는 오늘입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공간과 세계와 시간이
사랑에 부과하는 장애물들을 지속적으로,
간혹은 매몰차게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 알랭 바디우, 사랑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