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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Sep 16. 2016

「달님에게 고함」

#46. '한가위와 나와 고향'의 상관관계


한가위가 긴 여름의 끝자락을 타고 자연스레 또  우리의 곁으로 쓰윽,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명절이 되면 앞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수순으로 꼭 고향에 오게 됩니다. 어떤 교통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어른이 되어 타향에 살게 되면서 명절날 고향을 찾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제 스스로도 놀랍네요.


무엇이 그토록 고향으로 찾아오게 만들까요?

혹시 어릴 적 뛰어놀던 이 곳의 흙과 나무와 바람과 공기들이 고향을 떠나 있는 저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늘 휘어감싸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알 수 없는 힘에 휩싸여 지내다, 이렇게 명절만 되면 또 알 수 없는 강한 힘에 이끌려 태어나고 자란 이 자리로 늘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바로 여기서, 이렇게, 큰 숨을 가슴깊이 들이키고 난 후, 저는 다시 생글거리며 복작거리는 대도시로 훌쩍 향한답니다.

 

어쩌면 여기서 얻은 생명의 기운들로 한없이 낯선 도시에서 몇 달을 또 몇 년을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러다 다시 지칠 때가 되면 고향인 이 곳으로 돌아와 온 몸과 마음에 한껏 가득, 충전을 반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향은 언제와도 늘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한없이 아늑하기만 합니다.

나사가 풀린 마냥 늘어져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이 곳!

숨결이 한껏 고즈넉해지고 마냥 부드러워지는 이 곳!

여기는 너무나 향그러운 고향, 순천이랍니다.

올 해도 변함없이 저는 이 곳에서 한가위 보름달을 맞이합니다.




#내고향순천




오늘 한가위를 맞아 보름달을 보려고 한밤중에 잠을 떨치고 일어나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늘 저멀리 한가운에 두둥, 흐릿하게나마 구름 사이에 떠있는 달님을 찾았습니다.


깊은 밤이라 호젓한 나와 달님, 둘 밖에 없습니다. 사방은 고요하고, 나는 달님께 못할 말도 없습니다. 달님을 쳐다보고 마음 속 간직한 소원을 나즉이 빌어봅니다. 그 순간 왠지 나를 보고 달님은 환히 웃는 듯 합니다.

'네 마음 내 다 안다'

그리 말해주는 것도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달님 곁을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들을 가만히 쳐다보다

 '만만치 않은 인생, 여기까지 나도 참 잘 흘러왔다'

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칭찬 정말 오랜만에 한 번 해 줘 봅니다.

'그래, 괜찮아. 잘했어.'





이렇게 고향에서 바라본 환한 보름달은 바쁜 도시생활로 한껏 무디어진 제 감성들을 켜켜이 일으켜 세워줍니다. 그리고 휘영청, 그 환한 달님은 은은한 달빛들을 저에게 계속 내보내줍니다. 그러면 나는 또 그 부드런 달빛을 선물로 받은 듯 온 몸에 휘감아 바쁜 나날들에 지친 마음과 피곤한 몸을 온전히 내맡깁니다.

달님의 온기는 여전 따듯합니다.




참 고마운 보름달입니다.

참 어여쁜 보름달입니다.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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