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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김작가 Aug 09. 2020

생애 첫 칭찬

-- #아침단상4.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 '수고했어'



'시를 보내봐. 써둔  거 있어?'




*


그렇게 유혹했다.

우연히 시 한 편을 지인에게 보여주었더니 마음에 든다써둔 게 더 있나 묻는다.


-응, 있지

하니

-그럼 메일로 좀 더 보내봐. 아는 시인님께 한 번 보여볼게

한다.

-아, 그래? 그렇다면. . .





묘했다.



보내봐, 하는 한마디는 그야말로 내게 초강력 자석이었다. 누군가 내가 쓴 시를 마음에 들어하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용기를 내 여기저기 묵혀둔 시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생각날 때마다 끄적여둔 시를 찾아 날밤새기를 여러 날. 드디어 숨 죽어있던 나의 시들이 세상으로 나와 춤추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내밀한 또 하나의 나를 끄집어내기 위해 기꺼이 '내밀한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고뇌의 시간 끝에 <당신을 보다 나를 봅니다>라는 제목의 첫 시집이 탄생했다.






#결혼 그리고 육아와 직장생활.



버거웠다.

직장 생활을 유지하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살림까지 완벽하게 하려 하니 정신이 없었다. 늘 허덕이고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다보니, 어느 새 십여년.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나선 제주 앞바다.

큰 파도 앞에 서서 몰아쳐오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문득 마른 잎처럼 바스락거리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텅 빈 바다 한가운데에서 방향 잃은 난파선 마냥 계속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야 하는 건지, 진짜 나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지금 잘 살고 있는 거 맞는 건지 끊임없는 질문이 솟아나왔다. 앞으로 난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이 생활을 또 계속 반복해야한다 생각하니 조금 난감했다. 



-아니야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육아도 중요하고 직장생활도 중요하지만 뭔가가 허전했다. 그래서 그 푸르른 파도 앞에서, 이제는 좀 다르게 살아보기로 다짐했다. 



-앞으로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하리라.  내 날개를 맘껏 펼치리라. 이렇게 하나뿐인 인생을 끝낼 수는 없어.



그래서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밤잠을 설쳤다. 직장을 다녀오고 퇴근을 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맡겨둔 아이들을 데려와서 남편과 다함께 저녁시간을 보낸 후 하루 일과를 마친 다음에는 잠을 쫓아가며 '진짜 나'를 찾아 날밤을 새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도 제법 컸으니 육아서가 아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짬짬이 시간을 내서 문화센터를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다. 취미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각종 강연을 찾아보고 글쓰기 강연등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기 계발의 시간을 본격적으로 갖기로 했다. 시간을 쪼개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내면에 숨어있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진지한 대면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시작한 일 - 기타 배우기.


평소 노래를 좋아해서 기타를 치며 공연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꾸곤 했다. 그래서 조금 거리가 있긴 했지만 기타를 가르쳐 주는 학원에 가서 일주일에 3회 기타를 배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고 가는 시간과 배우는 데 드는 시간 연습하는 시간 등 기타 배우는 일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릴 때라서 되도록이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애쓰는 중이어서, 퇴근 후 저녁 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아깝게 생각이 되었다. 그러다 기타 배우기를 멈추고 집에서 책을 보거나 영상을 보며 연습을 하고 있게 되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밴드공연을 할 보컬 멤버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두번째 시작한 일 - 보컬 되어보기.



-노래를 못해도 좋아요


라는 광고에 유혹이 되었다. 나는 꿈꾸던 보컬이 되어보기로 했다.

비록 기타 실력은 없으나 이번 기회에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 주말을 이용해서 멤버들과 다같이 모여 밴드 공연 연습을 했다.  나는 노래를 썩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밴드의 아름다운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보는 귀한 경험을 해 보게 되었다. 


-노래는 아닌 것 같어



공연을 보러온 가족들은 말했다.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두 번의 공연에 참여했다. 두번째를 끝으로 노래 부르는 일을 그만 두었다. 노래도 계속 부르고 싶다고 하면 전문적으로 보컬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학원을 다녀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러기엔 시간도 상황도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노래부르기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 시작한 일 - 그림그리기.



나는 또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림그리기>에 도전 했다. 

문화센터에 스케치를 따라해 보는 미술강좌에 등록을 했다. 평소 그림을 좋아하기도 했던 터라 열망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노래도 그만두고 가만히 있기에는 아쉬워서 또 무언가에 도전을 하기로 했다. 


-어, 잘 하시는 데요. . .


그림 수업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소질이 보인다며 칭찬해주셨다. 그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채화 그리기와 스케치 연습을 했다. 즐거웠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시간이 제법 필요한 일이었지만, 기타 배우기나 노래 부르기에 비해서 그림은 집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하는 일은 즐거움을 안겨 주긴 했는데 이것 저것 준비할 것들이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일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림 그리기도 나중에 아이들 키워두고 나이가 좀 더 든 후에 차분히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번째 시작한 일 - 글쓰기.



그러다 어느날 가만 생각하니, 가장 간편하게 쉽게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난 시간에 짬짬이 글을 쓰거나 특별한 장비 없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였다. 준비할 도구도 핸드폰이나 노트북이면 그만이었다.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도 시나 책을 읽고 간단히 메모하며 글쓰는 일을 좋아해서 글을 써서 모아두곤 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책을 보면서도 한쪽에서 편안하게 마음껏 글을 쓰는 일은 다른 그 무엇보다 쉬웠다. 



그렇게 시간을 쪼개가며 하나 둘씩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써둔 시를 모아 한 권의 시집이  탄생하게 됐다. 

생애 처음으로 내 이름이 선명히 적힌 시집을 두 손에 받아든 그 순간의 기쁨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감이었다. 대단한 감미로움 그 자체다. 






#시를 쓰는 일, 진정한 나의 일



처음이었던 것 같다.



-수고했어 영주


이렇게 조용히 나는 나에게 칭찬을 던졌다.  <당신을 보다 나를 봅니다>라는 제목의 첫 시집을 두 손에 받아들고 나서야 진정으로 나는 나 자신을 칭찬할 수 있었다. 내가 나에게 진심어린 칭찬을 했던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나는 항상 뭔가가 부족하다 생각되었고,  헛점이 없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완벽을 향한 시선으로 늘 나 자신을 자책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뭔가를 계속 시도하고 꿋꿋히 해내는 그 고단하면서도 즐거운 과정들을 통해, 이미 나라는 존재는 충분히 있는 그대로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롭게 목표를 정하고 하나씩 하나씩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온전히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순간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는 인식과 커다란 만족감을 내게 안겨주었다. 



                                           <최근에 직접 그려본 스케치와 색연필 채색>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시도하는 것이 진정으로 훨씬 낫다. 



무엇이 되었건 내 의지대로 뭔가를 시도해 본다는 것은 대단히 엄숙하고도 위대한 일이다. 시도하는 것이 진정으로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러니,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나 자신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칠 수 있도록 계속 도전하고 부단히 움직여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모두 자신이 진짜 좋아할 일,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찾아 기꺼이 나서보자. 

시작 전이면 으레히 다가오는 온갖 두려움을 떨치고, 오롯이 나 자신만을 바라보며 '진짜 나'와 직면하도록 시도해 보자. 그러다보면 분명히 자신에게 칭찬을 스스럼 없이 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 오늘도 전진이다.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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