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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ㅁㅅ Jul 12. 2017

비 오는 오늘은 러닝이 땡긴다


어릴 땐 비만 보면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 맞으며 친구들과 뛰어노는 일은

어린 시절의 가장 큰 일탈 중 하나였고

그래서인지 빗소리는 늘 나를 설레게 했다


달리는 일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잊고 있던 그 두근거림을

요즘 다시 느끼곤 한다



비 맞으며 달리는 것을

업계 용어(?)로 우중런이라 한다.


러너들 사이에서도 

우중런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빗 속을 달릴 때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건 부정할 수 없다


누군가는 왜 사서 고생하냐고도 한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대부분의 사서 고생은

그 (조금은 쓸데없는) 고생의 크기만큼

값진 무언가를 남기곤 했다.


우중런도 그러하다.


Pic by JSRC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든 장대비를 뚫고

목표했던 만큼을 완주하고 나면

대회 하나 끝마쳤을 때나

느낄법한 감정이 올라온다.


빗 속을 함께 달린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뜨거움은 아마 그 감정의 연장선일 것이다.



더불어 우중런을 할 때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예민한 상태로 달리게 되는데


그렇게 날카로워진 감각은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법한

중요한 것들을 되새기게한다.


개인적으로는 비가 오면

청각이 예민해지는 편이다.


그래서 비를 맞고 달릴 땐

숨소리와 발 내딛는 소리에

훨씬 밀도 있게 집중할 수 있다


유독 비 오는 날

개인 기록을 많이 세웠던 게

이와 전혀 무관할 것 같진 않다.


from Nike


러너에게 비 오는 날이란

뛰지 않아도 되는 타당한 이유이자

훌륭한(?) 핑계거리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뛰고 싶게 만드는,

자연이 내던지는 훌륭한 미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미끼를 매번 덥석 물고있다)


오늘도 쏟아지는 비를 보며

입으로는 '에이~못 뛰겠네'라고 이야기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한 마디를 덧붙인다

'아... 그래도 뛰고 싶다'



비 오는 오늘은 러닝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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