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yoto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떠나는 편이다.
20대의 여행이
처음 보고 느끼는 것들에
감탄을 이어가는 경험이었다면
여행의 마일리지가 쌓인 지금은
낯선 곳에서 일상의 루틴을 즐길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일상의 루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건
역시나 달리는 일이다.
말이 나온김에
여행을 떠나 달렸던 기억을 돌이켜본다.
시작은 작년 봄의 교토였다
참 좋아하는 도시라
1년에 한번씩은 들르는 곳이지만
그 동안 달릴 생각은 미쳐 하지 못했었다.
러닝을 시작한 뒤로
여행가방 한 켠에 늘 러닝 슈즈를 넣어 갔지만
'가서 설마 뛰겠어' 하는 마음이 컸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의미있는 시작은
뜻하지 않게 벌어진다
그 날도 딱히 달릴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떠나기 직전까지 일에 치여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인 상황이었다.
막상 교토에 도착하니
열심히 짜놓았던 계획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다운 삶의 중심을 다시금 찾고 싶었다랄까.
자연스레 달리는 일이
해답처럼 머릿 속에 떠 올랐다.
카모강 달려봤어?
교토의 가장 클래식한 러닝 코스야
호스텔 스태프는 달릴만한 곳 없냐는
뜬금없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코스를 추천해줬다.
그렇게 여행에서의 첫 러닝이 시작됐다.
달려보지 않은 코스를 달리는건
러너에겐 늘 신나는 경험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것이 외국이라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쾌감이 밀려온다.
교토를 달린 일은
처음으로 그런 쾌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카모강의 잔잔한 물결,
눈과 귀를 스치는 알 수 없는 일본어,
오가는 러너들과의 눈인사까지.
이곳의 평범한 일상 속 풍경들이
신기함의 연속으로 다가왔다.
비록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목표한 거리보다 한참 못미쳐 멈추었지만
1시간 남짓의 교토 러닝은
러너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여행에서 달린다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빨래 같은 사소한 고민부터
'말도 안통하는데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꽤나 합리적인 걱정까지,
하지만 대부분의 쉽지 않은 일이 그러하듯
일단 그것을 성취했을 땐
우리는 예상치못한 감정들과 마주한다.
.
.
.
*2부에서 계속됩니다 (분량조절 실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