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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달리면 기분이 좋은 이유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인간은 달리게끔 진화가 된, 가장 오래 달릴 수 있는 동물이다. 무언가를 강하게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고. 이 두 가지 능력 덕분에 사냥감이 아무리 도망쳐도 끝까지 쫓아가서 창을 던져 잡아냈다. 심지어 지상 최강의 동물인 코끼리마저도 인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물론 동물보다 뛰어난 두뇌를 써서 집단 사냥을 했던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새를 새장 속에 가둬두거나 댕댕이를 산책 한 번 안 시키고 키운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우울하겠는가. 단 전제 조건이 있다. 어릴 때는 마음껏 하늘을 날게 하고, 들판을 뛰게 한 뒤 자유를 뺏어야 한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음에도, 들판을 신나게 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 없게 된다면 괴롭고 힘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장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어릴 때는 쉴 새 없이 뛰어다녔으나 어른이 된 뒤로 통 달릴 일이 없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 아주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고 심장이 마구 뛰어서 힘이 든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힘듦 속에서 작은 쾌감이 피어난다. 이렇게 힘들었으니 이제 다시는 달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조금 더 달려볼까 하는 마음이 된다. 아직 봉인된 문이 열리지는 않았으나 작은 두드림으로 인해 잠자고 있던 본능과 능력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낚시가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인간의 오래된 수렵 본능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지금이 사냥하던 원시시대도 아닌데 너무 본능 본능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식욕, 성욕, 수면욕, 배설욕의 충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하다. 


아주 뛰어난 능력을 썩히고 있는 이를 보면 절로 하게 되는 말이 있다. "그 좋은 능력을 썩히면 어째." '왜 일하는가'를 쓴 이나모리 가즈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동물들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이유 없는 우울감,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다고. 동물들의 최선이 궁금하면 넷플릭스에서 '나의 문어 선생님'을 한 번 보았으면 좋겠다. 


개인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어떤 동물보다도 오래도록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집안에만 갇혀 있는 댕댕이와 같은 삶은 그만두고 따뜻한 봄날 그 능력을 조금씩 일깨워 가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살아있음과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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