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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사람 같지 않은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

빌런(악당)으로 유명해진 이가 있다. 언젠가부터 빌런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냥 우리말로 하면 개새끼, 양아치, 인간쓰레기인데 그것을 순화한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상대에게 생떼를 쓰고 반말과 함께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빌런 덕분에 오히려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한 댓글을 보았다. 자신은 별로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지만 다른 이를 함부로 대하며 자기 멋대로 사는 그 인간보다는 훨씬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고 했다. 공감이 되었다. 세상에 하등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이들에게도 존재의 이유가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별별 인간들을 다 만났다. 진짜 어떻게 저렇게 사는가 싶고 그들의 가족, 친구가 아님이 정말로 다행이라 여겨지는 이들도 있었다. 때로는 먼저 떠나간 이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다. 저런 못된 인간들도 버젓이 살아가는데. 남들에게 쏟아내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마는, 마음 착한 이들은 떠나버렸다.


문득 그림책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가 떠올랐다. 일상에 있는 작은 행복들을 그린 책인데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언제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안돼'에 관한 내용이었다. '안돼, 하지 마'가 페이지 가득 그려져 있고 그것을 듣고 있는 아이의 표정은 꽤나 괴로워 보였다. 다음 페이지의 행복은 어떻게 그려져 있었을까? '괜찮아, 해도 돼' 등의 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다음 페이지에는 아이가 잔뜩 인상을 쓰며 목놓아 '안돼'를 외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때로는 저렇게 시원하게 내질러줘야 숨을 쉬고 살지 싶었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고, 속마음을 꽁꽁 숨기며 사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자. 아이가 앙칼진 목소리로 '안돼, 싫어'를 외치는 것도 조금 더 너그럽게 받아주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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