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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손가락이 열 개인 이유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정말로 소중한 것은 열 가지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10권의 책만 남겨보기로. 도대체 어떤 책들이냐고? 바로~~~~~~~ 다음의 책들이다. 



이 사진만 보고 아~ 이 분은 저런 책들을 좋아하시는구나,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 사람일 확률이 높으리라. 글을 쓰다가 초록창에 경기도 오산을 검색했더니 지금 온도가 무려 영하 11도이다. 서울보다 3도나 낮다니. 나의 썰렁한 개그 때문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사진에 담긴 10권의 책들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같은 작가의 책이 여럿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웨인 다이어의 책이 3권, 법정 스님 책이 2권(정확히 말하면 한 권은 스님이 돌아가신 뒤 출판사가 엮은 것)이다. 10권 중 절반을 두 사람이 차지했다. 두 분을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정말로 인생의 책 10권을 꼽는다면 각각 1권씩만 고를 것 같다. 


그럼 사진의 저것들이 인생의 책 10권이 아니라고? 그렇다. 사실 정말로 좋아하던 책들은 이미 나눔을 해버린 것들이 많다. 그리고 되도록 책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 뒤 서점에서 읽거나 빌려 읽은 인생의 책들도 있고. 백영옥 작가의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후속작인데 나는 전작을 더 좋아한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뒤 다 읽어버려서 가지고 있질 않다. 너무 좋아서 여러 번 읽고 난 뒤 책장에서 빼서 따로 정리해놓은 책들도 있다. 그것들은 죄다 10권의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문득 결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사랑하는, 제일 괜찮은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때에 만난 적당한 사람과 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말. 그냥 긍정하기에는 마음의 거리낌이 있지만 마냥 부정하기도 쉽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때가 되어서,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도망치듯이 한 결혼과는 다른 책들이니 안심하고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아니, 다시 생각하니 그렇게 한 결혼이 완벽하리라 믿고 한 결혼보다 나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기대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기쁨 못지않게 많은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결혼과 달리, 책은 마음에 안 들면 한 번의 만남 이후 뻥하고 차버려도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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