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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l 13. 2023

여고생이 남자랑 자는 이유

"여고생이 남자랑 자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서로 사랑해서?"

"아니요. 외로워서, 외로워서 그래요."


예전에 영화 은교를 보다가 기억에 남은 대사이다. 당시에는 나뭇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깔 웃고 좋아할 때인데 뭐가 그렇게 외로울까 생각했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여고생도 사람인데 충분히 외롭고 힘들 수 있겠구나 싶다. 누군가에게 몸과 마음을 내어주고 싶을 만큼. 


갑자기 지나간 영화의 대사가 떠오른 것은 mbti 때문이다. 십수 년 전 혈액형 붐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mbti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 짓는 것은 한국, 일본 등 몇몇 나라에 불과했지만 mbti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분명 검사를 했던 것 같은데 결과가 기억나지 않아 다시 해보았다. 질문에 답을 할 때 총 7개의 동그라미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기준을 알 수 없어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는 ENFP-A이다. 그림이 낯선 것으로 보아 예전의 결과와는 분명 다르다. 그때는 I로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은 왜 mbti에 열광할까? 막연한 두려움,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흔들리는 수풀을 보며 귀여운 토끼를 상상한 이들은 죄다 죽고 맹수를 생각하며 도망치고 대비한 이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mbti 테스트를 하면서 답을 고르기 어려운 질문들도 있었다. 어느 날은 사람이 지독히 그립다가, 또 어느 날은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지 않는가. 오늘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 결과도 달라진 것 같다.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포들도, 생각들도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겉은 보이지만 속내는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타인을 향한 호기심에는 두려움이 내포되어 있다. mbti는 그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희석해 준다. 상대의 mbti를 묻고 답을 들으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설령 그것이 착각에 불과할지라도.


인터넷 공간에 '저만 그런가요?' 란 질문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is it just me?'라고 수시로 물어본다. 자신이 정상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혼자가 아니란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누구나 존재적 외로움, 근원적 외로움을 품고 살기에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이가 있다는 사실을 통해 위안을 받는다. 같은 mbti 유형을 만나거나 서로 합이 좋다는 유형을 만났을 때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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